제      목: 신문칼럼 이찬주 지역의 토대를 드러낼 수 있는 기록물
이      름: 이찬주
작성일자: 2015.09.19 - 15:09
지역의 토대를 드러낼 수 있는 기록물
이 찬 주/ 이찬주춤자료관대표․춤평론가
[우리춤의 현장과 주변 41~42]

우리는 급속한 문화적, 기술적 변천에 따른 사회에 살고 있다. 마치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것처럼 빠른 속도를 실감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천 속에서 과거의 흔적과 역사적 자취를 찾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구술사(口述史)란 생존자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개인이 기억하는 일을 그들의 육성을 통해 채록하는 구술 기록은 과거를 연구하는 한편 미래를 예측하는 일의 발판이기도 하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생존 시에 손자(이재용)에게 대학원은 역사학과로 갈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역사는 어떤 일을 판단하고 흐름의 읽는 눈을 제공하고 통찰력을 주기 때문이다.
구술자들의 진술은 역사의 포괄적인 확대로 재생산된다. 개인은 사실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다만 어떤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이들의 기억을 남기는 일은 일면 역사의 개안(開眼)을 갖게 한다.
2014년 대전문화재단은 ‘대전 원로예술인 구술채록사업’ 생애사 부문에 박창열(연예), 임봉재(미술), 조남흥(국악), 노덕일(음악), 김란(무용)을 선정해 작업을 실시했다.
필자는 2014년 김란(대전시무형문화재 20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의 구술채록 작업을 했다. 김란은 1962년부터 선화동에서 김란무용학원을 개원한 이래로 지금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으며 이 건물도 역사적 건물로 인정되었다. 구술채록을 포함하여 김란 예능보유자가 소장한 수많은 팸플릿과 사진들은 콘텐츠화되었다. 이는 문헌 기록으로서만이 아니라 지역의 예술사 연구 자료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런데 구술채록사업은 예산 편성에서 전액 삭감됨에 따라 단 1회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대전문화재단에서는 격년제로 시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원로 예술인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줄지 의문이다. 사업예산으로 책정된 5900여 만 원은 아이돌 같은 연예인들의 공연비용에 견주어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대전 춤계의 제1세대인 김란, 이미라, 유학자, 조광자를 비롯해 원로 예술인들의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대전 지역 예술의 역사가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지역의 예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역사적 토대를 유일하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이 사업이 하루빨리 재개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전일보 2015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