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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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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페미니즘 관점의 춤 비평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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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관점의 춤 비평 연구
이 송 (민족미학연구소 회원)
목차
1. 들어가면서
2. 페미니즘을 통한 비평의 영역
3. 춤에 있어서의 페미니즘적 비평
4. 나오면서
참 고 문 헌
1. 들어가면서
오늘날의 문화는 커다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들은 프리즘을 통해 보여지는 여러 가지 빛의 갈래처럼 다양한 파장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 속에서도 특히 90년대에 접어들어 '포스트' 논쟁이 시작되면서 '해체'에 대한 관심들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문화에 대한 일탈은 포스트 모더니즘, 즉 탈근대의 논의에 힘입어 한층 심도 있게 넓혀져 갔다. 이것은 근대의 문화가 남성 중심의 로고스, 논리적 문화의 큰 테두리에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명분론적 태도로 '힘의 세계'를 대변한다면, 90년대의 문화는 다양화, 여성, 전문성, 제3세계의 문화에 대한 관심 등으로 거대 담론으로부터 중심이 분산되는 탈근대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90년대의 탈근대 흐름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인류의 역사가 5천년 이전부터 시작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형성된 인간의 문명이 남성에 의한 여성의 억압과 희생의 산물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러한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문화의 변두리에서 소외되고 한 켠에 밀려나 있거나 눈에 잘 안 보이는 부엌의 문화, 또는 애교 있는 짓거리로 치부해버린 여성의 문화를 되찾자는 운동이다. 남성들에 의해 '여류'로 묶어 한계 지워 놓은 여성 문화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이제 여성이 주체가 되어 여성적 시각으로 우리 여성의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 있는 일방통행적 주입식인 남성 문화의 틀을 깨고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여성 문화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남성 중심의 문화인 이 시대의 문화에 대해 페미니즘은 돈키호테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엉뚱하게 들리기도 하고 괴팍한 행동으로 보여지기도 할 것이다. 또 비현실적 이상의 세계를 살고 있는 돈키호테의 세상살기로 비춰지겠지만, 돈키호테의 시각에는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의식이 숨겨져 있다. 이 시각을 빌어서 오늘의 문화가 갖고 있는 한계와 문제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그 시각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유보해 놓고 가려지고 그늘진 어두워 잘 드러나지 않는 것에 중심을 실어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춤에 있어서 이와 같은 페미니즘을 통한 춤비평을 연구하는 것은 크게는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문명의 흐름을 읽어내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여성 춤꾼들의 역할과 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그리고 이를 통해 춤을 다양하고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줄이고 페미니즘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페미니즘의 이론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성과를 밝혀야겠지만, 이에 관한 연구의 글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론적 배경에 있어서도 공연개념의 장르인 연극의 경우 페미니즘적 비평의 영역 역시 이제 그 초기단계에 있고, 작품의 텍스트적 비평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페미니즘 비평과 관련지어 문학에 있어서의 페미니즘 비평에 관한 연구를 하려는 것은 춤이 연극이나 영화의 경우처럼 텍스트 중심의 예술 장르는 아니지만 비평의 영역은 문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문학의 관점을 기본적인 토대로 다루어 보기 위해서이다. 이를 토대로 춤에 있어서의 페미니즘 비평이 가능한 방법적 접근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2. 페미니즘을 통한 비평의 영역
문화를 비평하고 연구하는데 있어서 왜 페미니즘적 시각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본다. 그것은 단순히 나의 생물학적 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보통의 경우 유년시절에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훌륭한 사람으로 크기 위한 본보기로 위인전집을 읽게 된다. 그러나 그 위인 전집 속의 위대한 인물은 다 남성인데 반해, 여성은 퀴리 부인이나 신사임당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여성을 두 가지의 모델로 생각하게 되었다. 과학자 퀴리 부인과 현모양처의 신사임당. 그렇다면 과연 인류 문화가 그 긴 역사의 시간 속에서 번창해 갈 때 우리의 여성들은 이들 두사람을 제외하고 어디서 뭘했을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들로부터 여성 역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다른 시각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여성은 지구 인구의 절반이며 또한 역사의 절반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류의 역사는 남성과 그 남성이 만든 제도와 공적을 옹호하고 찬탄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페미니즘은 이와 같은 역사가 절반의 역사를 잃어버린 '절름발이 역사'임을 깨닫게 해준다.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페미니즘은 사회적 지위와 차이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이 사회발전 과정 속에서 남자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학대받았던 성으로서, 기존의 사회제도, 질서, 법률의 개혁에 의해 가능한 한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개선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페미니즘은 오늘날의 현대 문화가 이루어 놓은 성과에 대해 여성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하고, 그것을 통해 여성의 지위 개선과 경제적 부담의 경감이 이루어져, 정신과 육체의 모든 능력을 개발해 남자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자신의 이익이 되도록 사용할 권리 획득을 주장한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혁명'으로 '전쟁'으로 강도 높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주체적 인간, 여성으로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여성에게 강요된 혁명이고, 여성이 자유와 정의의 이름으로 투쟁하도록 부름 받은 전쟁"인 것이다.
이와 같이 페미니즘적 시각을 가지고 글쓰기와 비평을 하는 과정은 아마도 철저하게 자기무장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라 여겨진다. 왜냐하면 문화 전반을 이끌어 나가는 대다수의 주체가 남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열려진 논의의 장에서 학문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아주 작은 아니면 새롭다는 것으로 그 영역을 한정시켜 '여자들이 하는 학문'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굳건하게 쌓아왔던 인류의 역사도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모든 사회 문화적 흐름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그것은 '혁명'이라는 거대한 해일로 유럽을 덮쳤다.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 제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사람들의 의식은 변화했다. 이 변화는 프랑스 혁명을 통해 함께 싸웠던 남성에게는 '남성시민'이라는 성과를 안겨다 주었지만, 여성에게는 '여성시민'이라는 존재는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여성에게 깊은 성찰과 깨달음을 던져주는 사건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여성의 역사'의 서문에서 미셸 페로는 왜인지 모르지만 19세기에는 여성들에게 슬프고, 우울하고, 엄격하고 유폐 적인 시기로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쓰고 있다.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입센의 '인형의 집' 마지막 부분에서 그 시대의 여성적 삶의 이상인 안정된 결혼생활의 상징이었던 주인공 노라가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떠날 때 거칠게 문을 닫는 소리는 국경을 넘어 울려 펴졌다. 이것은 그 당시 유럽을 떠돌아다니는 불확실한 페미니즘의 유령에 대해 열띤 사색을 불러일으킨 계기를 제공했다.
여성에 대한 성찰과 자각의 문화적 흐름으로 여성, 자신의 성이 직면한 문제를 자의적으로 표현하려는 여성 소설가들의 활동이 유래 없이 급증했던 시기였다. 그들의 소설은 신여성을 다루는 새로운 소설로 나타났다. 신여성(New Women)이라는 개념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성의 규범이 가하는 구속에 맞서 투쟁하는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의 명칭으로 1894년 만들어져 대중적인 성과를 얻었다. 이 때 많은 소설들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 작가들이 쓴 소설은 여성의 불행한 결혼 경험과 직업이나 고등 교육을 통한 성취로 대안의 길을 찾으려는 여성들의 투쟁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해방을 다룬 텍스트의 폭발적 증가는 정치적. 문화적 여성운동의 성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근대적인 정치운동으로서의 대중의 의식에 깊이 각인된 것은 19세기말과 20세기 초였다. 페미니스트들은 단일하고 균일한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의견의 일치만큼이나 불일치에 의해서 뚜렷하게 갈라지는 집단과 제휴망을 모두 아우르는 집단성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의 문화 비평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이 두각을 드러낸 것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이다.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와 억압이라는 현실적 상황을 자각함으로써 1960년대 후반에는 페미니즘 비평으로 나타나게 된다. 페미니즘 비평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제 2의 성』(The Second Sex ; 1953)과 케이트 밀렛(Kate Millett)의 『성의 정치학』(Sexual Politics ; 1969)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페미니즘의 이론적 틀과 페미니즘 비평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 역할을 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메리 월스턴크레프트(Mary Wollstonecraft)의 『여권의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 of Women ; 1792)를 선두로 하여,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여성의 종속』(The Subjugation of Women ; 1869), 미국의 마가릿 풀러(Margaret Fuller)의『19세기의 여성』(Women in the Nineteenth Century ; 1845),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 ; 1929) 등이 있다. 이와 같은 페미니즘의 이론적 성과는 일상과 세속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였고, 결과적으로 남성적 시각에서 흔히 사소한 것이나 중요하지 않는 것으로 무시되어 왔던 여성의 생활영역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는 여성의 삶이 새롭게 개념화되는 것으로 여성의 삶도 엄밀하게 규정화되고 사회적으로 정교하게 정해진 일련의 규칙에 종속되어져 있는 개인사의 전개과정으로 개념화되어졌다. 결국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라는 오늘날의 페미니즘적 시각을 낳게 했다.
페미니즘 비평은 문학 작가들이 언어적, 사회적 관습에 저항하고 기존의 여성성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여성 작가들의 활동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문학사를 페미니즘적으로 다시 쓰는 일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문학에 있어서의 페미니즘 비평을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첫번째 방향은 남성들이 쓴 작품에 나타난 여성에 대한 비평이다. 이는 남성의 작품에 나타난 가부장적인 이념에 대한 비평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 우월적인 지배의 정당성을 가능하게 한 가부장제도(patriarchy)에 대한 비평이기도 하다. 가부장제는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행해지고 있는 남성에 의한 성 지배의 이념이다. 이것은 아버지의 권위와 힘에 의한 지배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념의 모든 측면에 걸친 남성의 힘의 행사를 정당화 시켜준다. 또 이러한 가부장제의 이념은 남성로고스 중심주의라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비평은 케이트 밀렛의 『성의 정치학』에 잘 드러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페미니즘 비평에서 쓰고 있는 용어 중 사회적인 성(gender)이라는 용어의 개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에 대해 살펴보면, 문화 일반에서 나타나는 남근(phallus)이라는 용어는 남성 성기(penis)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남근은 좀 더 상징적이고 문화적인 용어이다. 남성 성기가 생물학적이라면 남근은 이에 상징적인 힘(권력)을 부여하는 이념체계 가진다. 남성 성기는 여성 성기와 대칭을 이루는 출산에 필요한 성 기관이다. 그러나 남근은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를 정당화시키는 상징이 되고 있다. 따라서 남근이 생물학적인 남자 성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사회적 성도 생물학적인 여성의 성(sex)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하지만 여성성이 성의 대상이란 특징으로 규정되는 사회에서는 여성의 존재양식을 협소화시켜, 그 속에서 여성은 인간으로서의 다양한 가능성과 그 가능성을 구현시킬 수 없게 구속해 놓았다. 결국 여성의 사회적인 성(gender), 역시 가부장적인 문화의 편견에 의해 생성된 문화적인 산물인 것이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길들여지는 것이다. ..... 여성을 만드는 것은 총체적인 문명이다. 문명은 여성성을 결정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남성은 능동적이고 지배적이며 모험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으로 길들여진 반면에, 여성은 이러한 남성적 특질의 부정적인 면인 수동적이며 종속적이고 겁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이며 보수적인 인간으로 길들여진다고 말하고 있다.
가부장제는 여성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저항하여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차이를 찾기 위해서는 문화적 상징으로서 여성의 성, 사회적 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문학에 나오는 오이디푸스, 율리시스, 햄릿, 톰 존스, 에이허브 선장 등이 이런 남성상을 대표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피터팬의 요정 팅커벨과 같이 작고 귀여우며 주변적이고 종속적인 인물로 그려져 왔다. 이와 같은 여성상은 남자 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가부장제의 이념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여성상을 여성 자신의 것으로 하여 이런 가치관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남성 작가가 여성을 그들의 작품에서 부정적으로 그리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절대 다수의 수많은 남성작가는 그들의 작품 속에서 그들의 이념체계인 가부장적 제도에 봉사할, 그리고 이에 적합한 이상적인 여성상을 만들었고, 이 여성상은 오랜 기간 여성을 새장 속에 가두어 놓은 결과를 초래했다.
두 번째 방향은 여성을 단지 남성 작가의 작품을 읽는 수동적인 독자로서가 아니라 창작을 하는 여성작가로 보려는 입장이다. 이를 '여성중심 비평(gynocriticism)'이라고 한다.
여성중심 비평이 다루는 주제는 여성이 쓴 작품의 역사와 문체, 주제, 장르 그리고 구조이다. 또한 여성의 독창적인 심리역학과 개인으로서의 여성이나 집단으로서의 전문직 여성의 조사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여성중심 비평가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남근로고스 중심주의에서 보이는 논리의 엄밀성과 고정된 분류와 같은 객관성의 추구에서 나타나는 특질들이 '여성의 글쓰기'에서는 어떤 대안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엘렌 식수스(Helene Cixous)는 여성적 글쓰기를 눈여겨보았다.
여성의 글쓰기 작업은 명백히 '문화의 해체'를 뜻한다. 남성의 지배문화는 여성을 두 가지 방식으로 무력화시키고 소외되어 왔다. 즉 여성의 의미가 지배 문화로부터 생성된다는 점과 그 지배문화가 남성문화의 연장선상에서 생성된다는 점에서 이중적 소외된 것이다. 결국 여성은 언어나 사고방식, 정서, 태도 등 모든 면에서 종속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여성적 글쓰기는 이러한 종속성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문화 해체화'작업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여성적 글쓰기가 갖는 또 다른 중요성은 창조적 저술로서 문학과 단지 의사 소통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일상어간에 구분된 분업적 구도를 깨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수세기 동안 진행된 글쓰기의 전문화는 문학 언어와 일상 언어를 뚜렷이 분활시켰다. 그 결과 글쓰기의 기교는 발전했고, 대부분의 작가는 남성들로 이 영역을 차지했다. 그것은 글쓰기에 있어서 여성성의 식민지화를 영구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따라서 여성적 글쓰기는 문학의 기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중심의 분업화된 글쓰기가 초래한 해악을 근절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분업으로 인해 사고와 행동이 제약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식수스는 이러한 여성적 글쓰기의 시작은 어린아이가 남성중심적인 언어를 습득하기 전의 언어 이전 단계인 모녀관계에서 찾아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언어 이전의 잠재능력은 여성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억압의 제거, 고정된 의미의 전복, 논리의 부정, 남근적 언어에서 보이는 종결(closure)의 거부 등으로 나타나 의미의 즐거운 자유유희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또 식수스는 여성적 글쓰기는 남근중심주의에서 보이는 이성/말(logos)에 의한 이론화의 경향에 저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남근중심적인 이론화는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의 증상이고, 배타적인 이성을 강요하여 여성적 차이를 부정하려는 시도로서 식수스는 이에 저항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성적 글쓰기는 "전복적 일 수밖에 없다."고 그녀는 지적한다.
여성적 글쓰기의 목표는 여성의 일상적인 생활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나아가 여성 자신이 더 이상 타인의 눈을 통해서 자신들을 바라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페미니즘은 우리사회 질서를 가부장제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모든 문학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를 비평하게 만들었다. 그와 더불어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남성적 문화의 흐름에 저항할 뿐 아니라, 여성을 피해자라는 가정에서 벗어나 여성의 그 다름과 힘을 주장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권신장이나 고집스러운 몇몇 여자들의 악에 받친 외침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과학과 종교적 지식을 포함한 기존의 신념, 관습, 실천에 대한 과감한 비판을 이끌어 내는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형태이다. 결국 페미니즘은 억압당하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여성들, 자신의 신념이나 그 신념을 지지하고 있는 그 권위를 문제시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문학이나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계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3. 춤에 있어서의 페미니즘적 비평
예술로서의 춤은 어떤 특정한 시대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의해 춤으로 만들어진 구체적인 형태와 내용을 가진 것으로서 미적 공감을 유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은 관객이라는 구체적인 사람들에게 공연을 통해 보여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비평은 이러한 작품을 통한 미적 공감을 일반화시켜 내는 과정을 뜻한다.
그런데 가장 일반적인 소통체계를 가진 말도 사람에 따라서 쓰는 방식이 다르고 또 시대에 따라 말의 뜻이나 소리의 값도 조금씩 달라지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몸을 매개로 표현하는 춤 작품은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서 그 의미가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미적 공감을 찾아내기 위한 비평이란 아무리 어렵게 풀이해도 그것은 자신의 인생적 경륜이 다른 것과의 교섭이나 충돌에서 빚어지는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이며, 춤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관객과 비평가가 함께 공유한 공집합의 미적 공감을 유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비평 작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슨 무슨 주의라든가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과학적 방법론을 동원하여 분석해낸다 하더라도 비평 역시 작품 못지 않게 무엇보다도 '삶의 표현'이어야 하고 '삶의 몸부림'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춤에서의 의미 진술은 춤 외부에서 현존하는 것과 관련되어 특정한 세계관을 구현한다. 몸이라는 추상 언어의 한계를 가진 춤에 있어서도 춤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 비평이라는 영역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몸을 통해 이루어 진 춤 '보기'가 문학적 언어인 '말'로 전달되는 것에는 많은 한계가 따른다. 만일 언어로 전달된 세계관을 관객이 인정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해석도 완수되었다고 할 수 없다. 관객이 춤을 자신의 사회적 관계 및 경험과 관련지어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은 춤 비평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춤 비평은 문학적 텍스트에 의한 읽기보다는 보고 직감적으로 느껴야 하는 생생한 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과 춤의 비평은 어떻게 맞닿을 수 있을까? 비평적 예술 연구 분야에서도 뒤쳐져 있는 춤이, 페미니즘 문화 논쟁에서도 가장자리에서 밀려나 있다고 크리스티 아데어는 밝히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예술은 우리들 자신과 사회에 대한 여성의 관념을 형성하는데 핵심을 차지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중음악의 한 장르인 '록음악'에서 가수들의 노래를 통해 낙태, 강간, 성폭력, 마약 등의 내용을 노래가사에 담아 전파함으로써 미국의 많은 청소년과 여성들에게 '여성적 삶'에 대한 자각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문화 예술에 대한 페미니즘적 분석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최근이라 할 수 있는 1970년대부터이다. 가장 활발한 작업은 영화와 미술, 문학에서였다. 클래식 음악과 연극은 역시 보수적 성향을 띠었고, 춤은 거의 거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 이론과 미술에서 여성의 성 그리고 여성의 표상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었다. 특히 여성이 맡은 역할의 역사적, 사회학적 측면은 미술에서 거론되었다. 미술사에서 보여지는 굴절된 여성의 이미지를 바로잡는 연구 논문들과 여성의 작품이 오해받는 이유와 부작용을 구명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영화에서는 여성 감독이 페미니즘 영화를 만들어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등 다양한 예술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 영화비평에 있어서도 페미니즘 시각이 여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여성들이 예술의 창조 주체인 경우가 드물다.
여전히 오늘날의 문화에서도 여성들은 남성의 시각을 통해 여성의 이미지를 보고 있다. 그 중 춤 예술은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춤을 일단 여성적인 것이고 육감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발레 작품에서 발끝으로 균형을 잡은 여성이 남성의 품에 뛰어드는 장면은 여성의 전형적인 수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수동적이고 왜곡된 여성 이미지로 일관해 온 발레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우리는 곧 진정으로 '여성적'인 것이 무엇인가 하는 본질론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특정 매체 내에서 여성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여성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등과 같은 문제는 페미니즘 분석에서 중요한 아킬레스건과 같은 영역이다.
페미니즘과 춤에 관한 아데어의 책 『춤, 여성 그리고 남성』은 아마 이 분야에서 가장 포괄적인 연구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아데어는 춤과 페미니즘에 관한 연구 맥락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최근의 페미니즘은 사회구조를 제고하고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강조함으로써 즉 여성의 개인적인 세계 경험을 진지하게 다루고 이를 더욱 광범위한 현안과 연결시키면서 춤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런 변화는 예술에 대한 여성의 기여도 그리고 예술내의 여성의 역할을 다시 고찰하는 맥락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춤에서 여성의 경험을 이런 맥락 안에서 검토한다".
이러한 그녀의 책은 페미니즘과 춤을 연구하는데 그 이론적 배경으로 제시되어 연구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 춤 학계에서도 전통 탈춤에서 미얄과장과 할미 춤에 나타난 극적 대조를 페미니즘 관점을 통해 연구하고, 발레의 작품들 속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주체적 삶에 대한 연구의 논문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한 석사학위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에서도 페미니즘과 춤을 연구의 성과들이 계속 이어져 나온다. 하지만 수많은 춤꾼들이 여성이고 그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지만 이 춤에 관해 제대로 된 페미니즘 비평의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춤에 있어서 페미니즘적 비평의 글을 쓰기 위한 하나의 준거로 앞에서 논의한 문학비평에 있어서의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페미니즘 이론은 다양한 학문적 방법론과 조우하여 여러 가지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논의가 광범위해져 본질을 파악하기 힘들어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 비평에서 제시하고 있는 두 가지의 방향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춤 비평의 토대를 제시한다. 그 이유는 비평의 영역은 문학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고, 또한 문학비평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을 광범위하게 수용하고 있어서이다.
첫째는 남성들이 쓴 작품에 나타난 여성에 대한 비평이다. 다시 말해 남성 안무가에 위해 만들어진 춤 작품에서의 여성에 대한 비평이다.
이는 고전 발레와 낭만주의 발레의 영역에 해당하는 비평의 근거로 제시해 볼 수 있다. 발레 하면 연상되는 것이 짧은 흰색치마를 입은 발레리나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예술 춤을 19세기 발레와 그로부터 시작된 춤 형식, 그 형식의 인격화로서의 발레리나와 동일시 해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발레리나가 발레를 대표하던 시기에도 비록 공연과 대중적 인기는 여성 춤꾼들에게 집중되었지만 흥행 주와 안무가들은 거의가 남성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루이 14세 이래로 여성들은 춤만 추었고, 남성들은 발레 마스터, 안무가, 감독, 제작자였다. 이러한 사실은 발레 안무에 대한 지속적인 남성의 우세는 작품 속에 보여지는 여성의 표현을 자연스럽게 제한해 오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낭만주의 발레를 대표하는 두 작품 「라 실피드」와 「지젤」에서 나타나는 여성은 두 개의 상반된 이미지로 나누어진다. 아내와 어머니/이상적 여성인 요정, 처녀/ 매춘부가 대조를 이루며 등장한다. 남성 안무가들에 비춰진 그들 아내와 어머니는 권태와 바가지 긁기를 내포하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기댈 만한 아내와 어머니로 출연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지의 것, 선정적인 요소가 가득한 모험의 미끼를 던지는 「지젤」이나 「라 실피드」의 공기의 정 같은 '이상적' 여성상을 그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순결하고 소박한 시골의 처녀와 속되고 자유분방한 매춘부를 연결시킨다.
지젤과 공기의 정에서 그려진 여성 인체의 공령화(요정)는 사적 경제 관계가 도래한 이 시기에 개인의 소유물이면서 마음을 끌고 신성하되 유령 같아서 욕망을 부르는 인물상으로서의 여성의 이미지를 요구했던 가부장제 역사상의 특정한 어느 시기를 대변하고 있다. 요정 이야기의 전통은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도 친숙한 요정 이야기의 연속선상에서 여성의 이상형을 드러내고 있다. 힘의 상징인 왕자가 나타나 자신이 걸려있는 마술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로써 발레에서 만들어 놓은 여성상은 여성을 현실적 삶으로부터 이탈하여 이상화하거나, 언제나 앙상한 육체를 드러내 보이며 가냘프고 순결한 그래서 남성들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연약함과 수동성을 작품 안팎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은 오늘날의 발레에도 계속 이어져 그 범주를 벗어나는데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두 번째 방향은 여성을 단지 남성 작가의 작품을 읽는 수동적인 독자로서가 아니라 창작을 하는 여성 작가로 보려는 것으로, 이를 여성중심 비평이라고 한다. 춤에 있어서는 여성이 춤꾼으로 안무가의 작품을 재창조하는 수동적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성 춤꾼이 직접 안무해 내는 작품을 비평하는 것을 뜻한다.
사실상 오늘날의 현대 춤들은 위와 같은 작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많은 춤꾼들이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대다수의 춤꾼이 여성이고, 그 여성들이 춤을 창작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여성들의 춤 작품들이 다 페미니즘 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기에는 몇 가지의 단서가 제공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다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듯이, 여성이 춤을 만들었다고 해서 모두 페미니즘 적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 비평의 틀도 달라짐을 뜻한다. 여성의 권리 창출을 위해 정치일선에 나서야만 페미니스트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과 관련된 논의에서 가장 광범위한 것은 '이 세계를 가부장제로 인식'하거나 아주 작게라도 여성의 권리나 삶에 대해 문제성을 인식하면 페미니스트로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페미니즘 비평이 가능한 춤 작품은 여성이 만든 춤 중에서도 여성의 삶을 자각시킬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담아낼 때 여성중심의 비평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것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는 것처럼 거대하고 우주적인 내용이나 서사극 같은 문학의 작품을 대극장에서 몇 시간씩 공연하는 작품보다는 사소한 잊어버리기 쉬운 여성의 작은 것들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을 춤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앞에서 제시되었듯이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여성은 남성의 언어에서 벗어나는 '문화의 해체'화와 여성의 일상적 생활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여성 자신이 더 이상 타인의 눈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여성적 춤추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이제 더 이상 남성들의 안무나 감독 하에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여성의 덫으로부터 자유를 찾아야만 한다.
춤은 몸을 매체로 하는 예술이기에 무엇보다 몸에 대한 인식의 해체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춤에 있어서는 여성의 몸은 타고난 생물학적 결정론과 본질론에 의해 단순히 춤 기교를 습득해 내는 것이 아니라 몸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한다. 몸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인식은 '몸 해체'를 의미하며, 이는 전통적인 춤에 있어 몸 쓰기에 도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로써 춤에서 대표적인 여성상들이 해체되므로 여성에 대한 억압적이고 모욕적인 이미지로부터 탈출해 '살아 있는 몸', '생활하는 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몸에 대한 관심은 육체의 억압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표현되어져야 하고 단순히 눈요기가 될 수 있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인식의 전환이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인 수적 강세에 의해 많은 큰 단체의 대표나 안무가가 된다 고해도 여전히 그녀들은 예전의 남성적 방식을 강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 관한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들이 공연전반에 걸쳐 이루어졌을 때 여성중심주의의 춤 비평이 가능해질 것이다.
4. 나오면서
90년대 문화에서 페미니즘은 '다양성' '전문성' '개별성'으로 대표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한 번 유행하고 사라지는 학문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여성이 한 인간으로 올곧게 바로 설 수 있는 그 토대를 마련하는 학문이다. 지배문화를 대표하는 남성중심의 문화에서는 페미니즘을 자신들의 문화를 전복시키려는 집단으로 볼 것이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는 강한 여자를 넘어서 아주 별난 여성들의 집단으로 몰아 붙인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성을 여성으로 정당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운동이다. 왜곡되고 굴절된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성에 지배받으며 사는 것이 아니라 여성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자'에게는 많은 제약과 규범이 산재해 있어 '여자'로서 살아가기가 무척 힘겹다. 그래서인지 춤을 춘다는 것은 상스럽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너무나도 이율배반적인 문화의 현상은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춤을 추고 춤을 만드는 절대 다수의 사람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춤에 종사하면서 페미니즘 논의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춤 예술이 창작 위주의 발전일변도를 달려와서 춤의 학문적 다양성이나 비평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춤의 학문적 영역도 열려져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어 춤 문화의 폭이 넓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춤 비평은 하나의 작품으로 개체화된 것을 대상으로 한다. 그것은 무대라는 공간을 통해 공연되어져 관객에게 전해진다. 이 때 관객과 비평가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미적 공감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안무자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드러내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비평가는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안무자의 예술 세계와 미적 공감을 적절하게 이끌어 내야 한다.
이 때 춤에 있어서의 페미니즘 비평은 안무가의 작품 세계에 내재해 있는 남성중심의 여성성에 대한 비평과 여성 안무가의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여성에 대한 비평을 미학적으로 잘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고전 발레와 낭만 발레에 대한 비평적 근거가 됨을 알 수 있었다. 남성 안무가들의 전통적 여성관은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면서 현실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요정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러한 여성관은 오늘날의 발레 작품에서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진정한 여성적 아름다움이 가냘프고 순정적인 모습에만 국한되어 있는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후자에서는 여성으로서 춤추기와 여성을 드러내는 작품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남성의 시각으로는 찾을 수 없는 여성적 시각의 작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은 우선적으로 몸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몸을 억압하고 제한하는 춤사위로부터 벗어나 순수하게 존재하는 '살아있는 몸', '생활하는 몸' 에 관심을 기우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춤에서 한정되어 있는 여성상이 그 틀을 깨고 나와서 그야말로 자유롭게 춤출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여성중심주의의 비평이 가능하고 이것은 남성에 의해 망가져 있는 여성성의 회복을 여성 스스로 하자는 의미이다. 그래서 여성 춤은 크고 거대한 이야기보다는 작고 남의 눈에 잘 안 보이는 그러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게 된다. 현재 공연되어지고 있는 작품들 중 소수의 작품에서 이와 같은 작업들이 선행되고 있지만, 그들 작품이 다른 것에 비해 좀 더 중요하다거나 '페미니즘적'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이 연구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이 연구에서는 여성적 춤추기의 의식전환과 더불어 춤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와 같은 문화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춤 예술에서 활발하게 일어나 다양해지면, 그것을 비평해 내는 학문적 방법론은 자연스럽게 연구되어 질 것이다. 언제나 뒤쳐져 있다고 자성만 할 것이 아니라 학문적 시야를 넓혀 크게 보고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더 요구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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