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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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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이찬주평론 LDP무용단 김판선< 12MH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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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Hz>
이찬주
이찬주춤자료관대표/춤평론가
LDP(Laboratory Dance Project) 무용단의 일원이며 프랑스 최고의 현대무용단 임마누엘 갓(Emanuel Gat) 무용단의 춤꾼이자 안무가인 김판선(33세)의 신작 <12MHz>가 4월 4~5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소리, 진동, 파장에 반응하는 신체 움직임을 리얼하게 빚어냈다.
춤은 양쪽 사이드에서 스피커가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이어 마이크에서 G3, D3, E3, A1, F3, D#1, F3, G3, A2, D1, A2, D1, G1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따라 춤꾼들이 한 명씩 등장해 무대에서 대각선으로 줄지어 선 12개의 스피커 아래에 선다.
주파수를 맞추는 듯한 ‘치치직’거리는 잡음이 춤꾼들의 몸속을 파고들고 그 소리를 받은 신체는 반사적으로 몸의 물결(Wave)을 만들어 낸다. 춤꾼들에게 전해진 전류는 흡입(in)에서 방출(out)로 되살아난다. 이들이 내뿜는 몸의 파장은 개인마다 다르다. 마치 인간 개체의 DNA가 다르듯이 그들 각자의 경험과 개성에서 선보이는 표현 또한 다르다.
각기 다른 12개의 주파수 번호를 부여 받은 이들이 한데 모여든다. 비정형으로 군집을 이루듯 오른쪽으로 한꺼번에 머리를 기울이기도 하고 집단으로 뒤로 가다가 홱 돌아서서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이윽고 중앙에서 하나의 덩어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섰다가 앉았다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간격을 좁힌다. 그들의 몸은 얽히고설킨 군집 속에서 혼재된 주파수처럼 엉켜 있다.
이후 와이어를 타고 내려온 24대의 모든 스피커 중 한 대만이 남겨진 채 무대 위로 올라간다. 그 한 대의 스피커 아래 여성 춤꾼이 서 있다. 스피커에서 잡음이 계속되는 동안 연기가 살며시 무대에 피어오르고 여성 춤꾼의 강렬한 움직임에 또 다른 여성 춤꾼이 합세한다. 손을 위로 번쩍 들었다가 몸을 꼬기도 하고 탄력을 받아 튕기기도 하면서 전류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G3, D3, G3, D3 소리들이 반복적으로 들리고 두 명의 남성 춤꾼들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각자 부여 받은 주파수 번호에 따라 춤꾼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은 다시 뛰고 달리며 서로의 감정들을 교차시키는 가운데 6쌍의 대무(對舞)가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소리의 진동은 점점 커져가고 빛이 합세한다.
천천히 움직이던 춤꾼(김성현)이 바닥을 힘껏 내리치면서 ‘쿵’ 하는 소리에 맞춰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고 무대 오른쪽에서 하얀 연기가 흘러들어온다. 이어 익숙하면서도 웅장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우리의 귀를 사로잡는다. 그 선율의 변화에 따라 춤꾼들은 더욱 강도 높게 군집화를 이루며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다시 대각선으로 내려진 스피커 아래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래프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남성 춤꾼들의 역동적인 힘도 좋았지만 여성 춤꾼들의 강렬함이 눈에 띤다. 위보라의 한 손을 ‘둥글게’ 돌리기, 이경진의 앉아서 양팔로 바닥의 주변을 돌려가면서 짚기, 길서영의 양팔로 몸통을 강렬하게 감싸기, 양지영의 드러나는 몸의 리드미컬한 움직임, 이주미의 바닥에서 웅크렸다가 펼치는 움직임, 임샛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타고 내려가는 진동의 몸짓. 이들의 움직임은 마치 출렁거리는 파도와도 같았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부드러움이 작품의 틈새를 메웠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던 김판선이 2014년 우리에게 선보인 가 소리, 진동, 파동의 1인의 움직임을 선보인 즉흥무 형식이었다면, <12MHz>는 전류에 반응하는 인간을 군집화하여 표현하였다. 주파수에서 들려오는 ‘지지직’거리는 소리는 사람들 간의 갈등, 소통의 부재에 대한 인간관계를 담아내었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하는 그의 일관된 실험 정신이 발휘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김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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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15.05.06 - 0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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