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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찬주
Subject   공연과리뷰 2015년 가을호 지천명(知天命)에 당당하게 무대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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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주춤평론가 류명옥, 지천명(知天命)에 당당하게 무대에 오르다
충북 춤계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현대무용가 류명옥(流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의 솔로 공연 『젖은 달』이 9월 8일 청주 예술의 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2015 충북 공연장 상주단체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류댄스컴퍼니와 에일린 예술단(에일린 챔버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이루어졌다. 류댄스컴퍼니의 신작 『발칙한 호기심』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청주 출신이기도 한 류명옥은 중앙대를 졸업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현대무용으로 줄곧 이 지역을 지키며 30년 넘게 활동해오고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과 함께 무대 양 끝에서 핀(pin) 조명이 길게 뻗어 나온다. 무대 왼쪽에서 등장한 류명옥은 중앙을 향해 오른쪽으로 차츰 발걸음을 옮겨 간다. 그녀가 중앙에 다다르자 네 개의 조명이 더 켜지며 무대가 환해진다. 마치 숨을 곳이 없는 것처럼.
류명옥은 고개 숙인 채 양팔을 쭉 펼쳐 들고 잠시 멈춰 서 있다. 고요하다. 정적이 감돈다. 바쁘게 살아온 인생의 길에서 잠시 쉬어 가려는 듯하다. 다시 움직임이 시작되고 대각선으로 나오면서 한 손은 귀를 잡고 다른 한 손은 그 팔을 통과하여 밖으로 내민다. 이어 소매를, 치맛자락을 손으로 더듬는다. 온몸을 매만진다. 무언가를 자신에게서 찾으려 애쓴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인가.
이윽고 왼손이 얼굴을 감싸자, 오른손이 그 손을 쳐서 떨어뜨린다. 지속적으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움직임의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인생의 여정에서 무언가를 “잡아채고 또 잡아채도 손금만 뚜렷한 빈 손”(이하 프로그램 인용). 손안에 쥐어지지 않는 느낌. 허무.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서서히 움직이다가 인간의 아름다운 사선의 몸짓이 드러나는 순간이 보인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미(美)는 부드러움에 여유로움까지 품고 있다.
이제 류명옥은 무대 중앙으로 몸을 옮겨 관객에게 등을 보인 채 양팔을 꼬아 간다. 얽히고설킴. 앞으로 서서히 관객들을 향해 걸어오다 무대 바닥에 몸을 패대기치듯 내던진다. 뒹굴어 몸을 틀어 일으키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또다시 몸을 일으킨다. 생존의 가파름과 힘겨운 현실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조명이 무대를 환하게 비추자, 그녀는 하늘을 향해 시선을 두고 아주 천천히 왼발을 무대 바닥에서 살짝 띄운다. 음악이 사라지고 조명이 대각선의 길을 만든다. 강물과 달빛에 젖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보는 순간이다. 천천히 빛의 길을 따라 무대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며 끝을 맺는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어떻게도 멈출 수 없는 여정” 속에서 “문득 멈춰 서서 저만큼 돌아보는 때”가 있다. “강물에 하늘도 산도, (…) 비쳐 있는 것처럼 자신의 여정 속에 깃들어 있는 온갖 것들 문득 돌아보고 싶은 때”. 지천명이라는 나이가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줄기차게 춤을 춰 온 류명옥에게 『젖은 달』이 바로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뜻에서 시인 임승빈(청주대 국문과 교수)의 대본이 그녀의 마음을 잘 표현해낸 듯하다. 『젖은 달』은 빠르지도 급하지도 않으면서도 충분히 서정적인 현대무용의 매력을 보여준 무대였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현대무용이란 보는 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이해하면 좋겠다며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류명옥은 1986년 청주 아브라삭스 현대무용단의 상임 안무자를 시작으로, 1994년 제3회 전국무용제 최연소 안무자로 참가하여 『소리 없는 함성』으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000년 류댄스컴퍼니를 창단한 이래 안무가이자 춤꾼으로서 청주 지역 현대무용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해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전국무용제에서는 『고욤, 소시 a lotus-persimmon』으로 은상을 받았고 류댄스컴퍼니 단원 박철중이 연기상을 받았다.
류명옥의 초기 안무작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점차 무거운 주제를 위트와 코믹한 요소를 활용해 어렵지 않게 풀어가는 방향으로 변모해갔다. 여기에는 고전과 고전을 접목시키거나 패러디하는 작업도 한몫했다.
초기작에 속하는 『소리 없는 함성』(1994)은 핵전쟁에 대한 공포와 우려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을 소재로 삼았고, 『♀+♂는 못난이 삼형제』(1996)는 현세대의 기죽은 남성상을 표현했고, 『어머니』(2000)에서는 모정을 그렸으며 『고욤』(2008)에서는 고욤 자체는 별 소용이 없지만 감을 열매로 얻기 위해 필요한 것처럼 고욤의 상징성을 인간에 대비해 휴머니즘을 다뤘다. 이 작품에는 현 댄스컴퍼니 더 바디 대표이며 친동생인 류석훈이 출연했다.
2000년도 중반 이후 고전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I LOVE 심청』(2009), 『성냥팔이 소녀와 스크루지』(2013)를 꼽을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춘향을 사랑한 제임스 본드』(2011)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그 사랑에서 생겨난 다문화 가정을 표현했고 『흑조, 무심천을 날다』(2013)에서는 흑조를 불가능에 도전하는 존재로 그리면서 한국적 정서와 어우러지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2008년 충북무용대상 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는 류명옥은 충북 지역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는 한편 후학들을 길러내고 있다. 또한 청주 출신 무용가 고 송범(전 국립무용단장)을 기리는 춤 행사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사진 캡션: 류명옥의 솔로 『젖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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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05 -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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