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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찬주
Subject   우리춤의 현장과 주변-서평
<서평>

이찬주 춤평론집 1
우리춤의 현장과 주변 ― 지역춤의 시각에서 |2013-2016|

이만주

우리나라의 ‘지역춤'을 다룬 거의 첫 평론집이라 할 책이 나왔다. 우리 춤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춤 전문서적을 잇달아 펴내는 여류 무용학자 이찬주가 11번째 책을 상재했다. 이번 저서, <우리춤의 현장과 주변-지역춤의 시각에서 |2013-2016|>(현대미학사, 2016.11.1. 발행)는 대전과 청주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 즉 우리나라 중부권의 춤 예술을 다루고 있는 특별한 춤평론집이다.
책은 창작춤, 전통춤, 현대무용, 발레 등, 다양한 류의 춤 공연 현장비평은 물론 시론(時論), 무용가들과의 대담, 춤 관련 인사들과의 좌담 등, 실로 지역춤을 다각적, 다차원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은 춤비평가가 지역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준다.
이찬주가 그간 펴낸 책 제목들, <춤-All That Dance>(2000), <춤예술과 미학>(2007), <무용제작법의 이론과 실제>(2009), <춤으로 본 지역문화-양주별산대놀이, 앉은굿>(2010), <춤교육과 포스트모더니즘>(2012), <춤창작을 위한 지침서>(2014)에서 보듯, 저자는 이번 저서 전까지는 무용 이론서 내지는 학술서적을 출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춤평론집이다. 2013년부터 춤 비평(이하 ‘평론’과 ‘비평’을 큰 구별 없이 쓴다)을 시작하여, 2014, 15년, 그리고 16년 상반기까지 쓴 글들을 모아 4년도 안된 2016년 11월, 이 춤평론집을 펴냈다.
이 평론집에는 우선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저자가 서울에서 접한 공연도 더러 섞여있지만 책의 부제인 ‘지역춤의 시각에서’ 보듯, 춤 비평이 연고를 갖게 된 청주와 대전을 위시한 우리나라 중부권 춤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찬주는, 뉴욕에서 활발한 춤 비평활동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감을 받아 뉴욕을 벗어나 미국의 지역춤 조명에 일생을 바친 여류 춤비평가 도리스 헤링(Doris Hering, 1920-2014)*을 연상시킨다.
둘째는 무용인으로서 다양하고 특이한 이력을 갖는 저자가 썼다는 점이다. 이찬주는 발레, 현대무용, 한국춤의 실기와 안무와 이론을 아우른다. 저자는 본래 발레리나가 꿈이었고 대학 학부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이론과 평론을 전공했다(석사 논문: 한국에서 공연된 무용평론의 연구, 1994). 이어, 한국의 무용가는 한국춤의 미학을 알아야 한다는 자각이 들어 박사과정에서는 우리춤을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범부춤의 심층구조와 의미에 대한 화쟁기호학적 연구). 한양대학교 학제에서 정식으로 무용학박사가 생긴 후, 그녀는 무용학박사 1호다. 그 후, 한양대, 국립공주대 등의 무용학과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도 일부 대학에 출강한다. 그런 한편 ‘Pax 21 Dance Company'라는 무용단을 만들어 직접 안무를 하여 창작발레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딸이 유학하고 있는 시애틀을 10년 동안 오가며 시간이 나면 퍼시픽 발레 학교(Pacific Ballet School)에서 서구인들로부터 여러 흐름의 발레를 다시 수강했다. 더욱 특이한 일은 대전에서 춤 전문도서관이자 자료관인 ‘이찬주춤자료관’**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다.
책의 편성은 앞부분에 ‘저자 서(序)’, ‘추천의 말(김태원)’을, 뒷부분에 색인(索引)인 ‘찾아보기’를 두었고 본문을 I, II, III, IV 부로 나누었다.
I부의 제목은 ‘지역춤문화의 제도와 문제점’으로 첫머리는 2013년 2월, 저자와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하고 4월에 타계한 무용가 한상근(1953-2013)에 대한 헌정(Hommage) 형식을 띄는 ‘한상근-2013년 2월, 대전에서 그의 마지막 초상’이라는 글로 시작된다. 이어 ‘무형문화제 제도’, ‘충청권 시립무용단의 판세 변화’, ‘지역의 젊은 무용가들이 처한 현실과 대안’, ‘공공무용단 기본에서 발견하는 미래찾기’ 등을 다루며 책의 총론격 성격을 띤다. ‘지방 춤전용 소극장의 필요성’을 여러 번 다룬 특별함이 있다. 이 I부에서는 춤과 관련하여 저자가 자기 나름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책을 힘 있게 한다.
II부는 ‘지역춤의 명인과 새 뿌리들’이라는 제목 아래, 중부권 원로 춤예술인들의 예술역정을 기록한 글들이다. 대전시립무용단의 초대 예술감독을 지낸 살풀이춤의 김 란, 불교 영산재 작법무의 법우 스님, 북춤의 유학자, 고 이미라 선생의 예맥을 이은 조광자, 이어 최윤희, 신석봉, 송덕수를, 그리고 한상근을 한 번 더 다루었다. 글들에서는 원로 춤예술인들의 생애가 조망되면서 그들이 예술의 길에 얼마나 용맹정진했는가가 느껴져 깊은 감동을 준다.
중부권 무용가들이라지만 예맥이란 얽히고설키기에 이 글들은 우리 춤의 소중한 역사기록이다. 예로 ‘웃다리 농악을 찾아서, 송덕수’ 편만 하더라도 꼼꼼하게 인터뷰해 모든 것을 파악해 세밀히 기술했기에 민속춤에 대한 역사기록이자 귀중한 민속자료다. 각 무용가별로 이제는 소중해진 사진을 하나씩 배열했다.
저자는 동서양 춤의 계보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발레, 현대무용, 일본춤의 계보도를 그려 완성하는 독특한 연구를 한 이력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특기를 발휘해 ‘예맥을 잇는 춤꾼들’에서는 중부권 춤에 대해 자세한 긴 글을 쓴 다음 ‘대전·충남 지역의 춤예맥 계보도’를 그려 놓아 흥미롭다.
‘춤의 현장을 찾아서―춤리뷰 및 인터뷰(2013~2016)’가 제목인 III부는 본격적인 현장 춤의 리뷰가 주를 이루며 인터뷰한 글과 좌담회 녹취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3년 13편, 2014년 11편, 2015년 33편, 2016년 상반기에 21편, 모두 78편의 리뷰가 실려 있다. 비평가의 경우, 공식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1년에 3편의 리뷰를 쓰면 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음으로 미루어볼 때, 1년 평균 20편 이상의 춤 리뷰를 쓴다는 것은 맹렬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좌이다. 또한 1편의 리뷰가 여러 춤 작품을 다룬 것도 있고, 2013년 2월 1-21일에 대전에서 공연된 <35인의 춤꾼-명작을 그리다>의 경우는 21일 동안 35인의 공연을 본 경우이기에 저자가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며 현장을 지켰음을 의미한다.
여기 III부에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회에 걸쳐 저자 자신이 문제의식을 갖고 주관하여 대전에 있는 그녀의 ‘이찬주춤자료관’에서 열고 사회를 본 ‘충청춤의 발전 방향 좌담회’ 녹취록이 게재되어 있다. 말미에는 대전시립무용단의 제1대에서 현재 제6대 예술감독까지, 김란, 채향순, 한상근, 김매자, 정은혜, 김효분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어, 대전시립무용단 30년 역사와 발전상을 통찰할 수 있다.
제목이, ‘〔보록〕 두 편의 논문과 대전 비평자료’인 IV부에는 저자가 근래에 써서 「우리춤과 과학기술」 제21집과 제23집에 실렸던 학술논문 두 편, ‘한국 고전춤의 개념에 관한 연구’와 ‘커뮤니티댄스의 가치와 창작 활동의 역할’을 실었다. 전자가 우리 고전춤의 개념을 학문적으로 연구해 정리한 논문이라면, 후자는 요즘 우리 사회와 춤계에서 넓게 퍼져나가고 있는 커뮤니티댄스에 대한 이론 정립이라는 점에서 저자 이찬주의 학구적인 면모를 알게 해 준다.
이곳 IV부 끝에는 저자가 중부권 춤의 비평활동을 하기 전, 2013년 이전, 다른 이들이 쓴 춤비평문들이 모아져 실려 있다. 춤비평가 김태원, 장광열, 장석용의 리뷰가 각각 12편, 4편, 2편이 게재되었다. 중부권 춤의 기록을 통시적으로 가능한 한, 많이 남기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기에 이 책은 가치 있는 자료로 더욱 빛난다.
이찬주는 앞에서 기술한대로 춤과 관련한 모든 것을 섭렵한 이력에, 춤자료관을 운영하기에 춤에 관한 한 박람강기(博覽强記)다. 많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춤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일이 가능하고 그 위에 여성적인 세밀한 관찰과 감성이 더해져 일반적인 춤비평가들이 하는 비평보다 디테일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글은 쉽지만 오랜 저술활동에서 오는 저자 나름의 수사(Rhetoric)와 개성 있는 밝고 또렷한 목소리로 인해 재미있게 읽힌다. 리뷰들을 읽으면 읽는 이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며 어떤 리뷰를 읽을 땐 그 춤을 못 본 것이 못내 아쉽게 여겨진다.
568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 지방신문에 게재했던 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기에 짧고 간단해 아쉬운 글들도 있다. 평론집에 실린 모든 글들이 좋을 수는 없다. 허나, 전술한 글, ‘한상근―대전에서의 마지막 초상’ 같은 글을 읽으면 적당한 길이의 글 속에 한 무용가의 생애와 개성 있는 춤 작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눈을 사로잡는 명문이다.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 작업이라 하지만 작품은 아주 형편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공졸불가계(工拙不可計)이다. 마찬가지로 춤 비평문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라면 ‘공졸’을 떠나, 공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리는 춤예술을 기록으로 후세에 남긴다는 사실이 중요한 일이다. 저자의 중부권 춤의 비평 작업이 소중한 이유이다.
책을 읽으면 “현재의 우리 춤예술이 서울만이 아니라 중부권에서도 백화만발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며 우리 춤의 자산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춤의 현장이 있는 곳이 곧 춤의 중심이라고 본다면, 서울/지역 간의 경계는 이제 의미가 없다. 서울의 춤은 또 다른 지역춤일 뿐이다”라는 저자의 말은 “있는 곳에 따라 주인이 되라. 그러면 서 있는 곳, 모두가 참될 것이다(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라는 불교의 법어를 연상시킨다.


* 도리스 헤링(Doris Hering, 1920-2014)은 1940년대 후반부터 뉴욕에서 비평 활동을 활발히 하며 현대무용(Modern Dance)의 개화, 또한 저드슨 댄스 시어터(처음은 Judson Church였으나 교회하고는 무관하므로 요즘은 Judson Dance Theater라 함)에서 태동되던 모스트모던 댄스(Post-modern Dance)의 현장을 지켜보았던 춤비평가였다. 1957년 앨라배마 주, 버밍엄에서 열린 ‘제2회 미국남동부춤페스티벌’을 취재한 것을 계기로, 지역의 춤들도 결코 뉴욕에 뒤지지 않으며 미국 춤의 자산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후 지역 춤들에 대한 비평활동에 집중했다. 그런 와중에 자연스럽게 조직된 미국지역춤협회(Regional Dance America)의 이사장(Executive Director)을 1987년까지 지냈다. 그녀 생의 90대까지 미국 지역 춤을 조명하는데 노력을 쏟으며 춤비평활동을 계속했다.
** 저자 이찬주는 한국에 춤 연구자를 위한 관련 도서와 자료가 빈약한 것을 깨닫고 1999년 ‘춤이론연구소’라는 이름으로 On-line 상에 춤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웹사이트(dancetheory.pe.kr)를 열어 운영해 오고 있다. 2013년 6월에는 대전에 Off-line 춤전문도서관격인 ‘이찬주춤자료관’을 개설해, 춤 연구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실될 위기에 있는 지역춤의 자료를 부지런히 모으면서 무용계에 이바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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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2.09 -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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