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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찬주
Subject   공연과리뷰 2016년 겨울호 -2016 세종국제무용제
2016 세종국제무용제
이 찬 주

세종특별자치시는 2012년 정부청사가 들어서면서 충남 연기군 전역, 공주, 청주, 그리고 충북 청원 일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신생 도시다. ‘행정 중심 복합도시’라는 이름 아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이곳은 2014년에 유명한 S 커피전문점 1호점이 생겨 인산인해를 이룬 한편, 2016년에는 세종시 거주 공무원들이 외부와 단절된 채 고립된 갈라파고스 삶을 살고 있다는 신문 기사가 나왔다. 그러한 이미지를 가진 세종시가 ‘행정 중심’ 복합도시에서 ‘문화 중심’ 복합도시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2016 세종국제무용제가 10월 4∼5일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막을 열었다. 작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다. 이 페스티벌을 훌륭한 무대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정은혜 운영위원장의 노력에 의한 알찬 시작에 있다.
무용제 첫날인 4일에는 스위스 누나무용단(Nuna Dance Company), 전미숙 무용단, 마다가르카스의 야리소아 쥴리(Larisoa Julie), 정은혜 무용단이 공연했고, 5일에는 장혜선, 조윤라 무용단, 와이즈발레단, 양정수 밀레댄스컴퍼니, 캐나다의 조슈아 비미쉬(Joshua Beamish)가 무대에 올랐다. 4개국 총 9개 팀의 공연이 펼쳐졌다.
필자는 정은혜 무용단과 조윤라 무용단의 공연을 주의 깊게 보았다. 각각 무용단의 예술감독인 정은혜와 조윤라는 충남대 교수로서 충청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춤꾼들이며 정은혜는 인접 지역인 세종시에서 시작된 무용제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먼저 4일 무대에 오른 정은혜의 『삶 2(Life 2)』는 보일 듯 말 듯한 천으로 만들어진 현대적 감각의 장삼을 입은 정은혜가 노란 줄에 묶인 바라를 이끌고 차분히 무대를 도는 것으로 시작된다. 애달픔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를 짊어진 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움직임은 지난 고단한 삶의 여정을 노래하는 듯하다. 두 해가 지나면 예순을 맞는 그녀다.
이후 여덟 명의 춤꾼이 무대에 등장하는 것과 맞물려 배경 막에 벌건 불빛이 꿈틀거린다. 불빛은 검은 숯덩이처럼 변하고 둥둥거리는 북소리와 함께 춤꾼들은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뛰어오른다. 남성의 등에 업히며 둥둥거리는 북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명이 밝아진다. 두 명이 더 합류한 열 명의 군무진과 대각선 후면에 등장한 십자가, 정은혜는 노란 줄을 몸에 두른 채 잠시 객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치 고행이 끝난 듯한 표정이다. 그러나 곧이어 두 손을 감싸기도 하고 양팔을 활짝 펼치기도 하고 음악이 커지면서 두 바라를 등에 지고 걸어가다 천천히 긴 줄로 바라를 돌리다 주저앉았다가 종소리와 함께 뒹군다. 손을 위로 올렸다가 하늘을 쳐다본다. 두 손으로 바라를 든다. 섬과 바다가 배경 막에 영상으로 떠오르고 그녀는 바다 깊숙이 들어간다. 내려가는 막 위로 구름이 밀려왔다 스치듯 지나간다. 정은혜는 움직임과 멈춤을 조율하며 작품 전체의 흐름을 주도해갔다.
5일 공연된 조윤라의 『천상으로 날아오르다(Fly up the sky)』는 불교의식으로 전승되어온 바라춤 중 충청권의 수운교 바라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 바라춤’의 움직임과 그 음악을 편곡한 것에 발레 동작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예순한 살이라는 나이에 이만큼 발레를 지속적으로 추는 춤꾼은 흔치 않다. 얼마 전 『로미오와 줄리엣』(유니버설 발레단) 공연을 위해 내한한 알레산드라 페리가 53세로 십 대의 줄리엣 역을 맡은 것이 화제였는데 조윤라는 그녀보다 일곱 살이 더 많은 노장 발레리나다.
『천상으로 날아오르다』는 무채색의 큰 종이꽃과 부드러운 몸짓의 울림으로 풍성하게 만들었다. 바라춤이라는 불교적 소재를 로맨틱한 발레 장르와 잘 버무린 데다가 종이꽃들과 중앙의 둥근 선단과 그 위에서 몸짓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구성도 괜찮았다. 조윤라의 움직임은 젊은 춤꾼들의 몸짓이 빚어내는 스피드는 없지만 섬세한 터치가 어우러져 빛을 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돋보인 부분은 턴아웃의 완벽한 자세에서 오는 5번 포즈의 착지이다. 다만 단상에서의 움직임에 살짝 흔들림이 아쉬웠지만 서정적으로 흐르는 몸짓만큼은 깔끔했다. 살색의 깃을 여민 모던한복, 무채색의 종이꽃, 은은한 조명 장치가 통일된 세련된 감각으로 소화해내며 일련의 솔로의 변주를 만들어냈다. 발레리나가 50세를 넘어 춤춘다는 것은 국내에서는 드문 일이다. 발끝의 정확한 표현과 손끝의 섬세한 표현은 오랜 연륜이 쌓인 노장 발레리나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다른 공연들의 면면을 공연 순서대로 살펴본다.
공연장 1층 로비에서 벌어진 춤판은 누나무용단의 『하이디(Heidi)』이다. ‘누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인 무용가 조영순이 이끄는 스위스-한국 무용단이며 2016 서울세계무용축제에도 참가한 바 있다. 전통적인 요들과 컨템포러리 댄스가 어울릴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둔 이 작품은 스위스 전통의상을 입은 한 여성의 요들송과 소몰이 종소리와 맞물리는 춤꾼(조영순)의 몸짓으로 시작된다. 조영순은 깃털 꽂은 스위스 전통 초록 모자를 쓰고 소탈한 춤사위를 보이며 장난스럽게 바닥에서 몸을 놀린다. 관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춤꾼들은 관객들에게 따라 하기를 넌지시 요구하기도 한다.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운 춤의 현장이었다.
전미숙 안무의 『Nobody talk to me』(아무도 나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고동원, 장회원 두 춤꾼이 펼치는 2인무로 시작되었다. “우리 관계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잃어버린 인간의 몸에 대한 탐구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별다른 장치 없이 무대 위에서 금빛 원피스를 입은 두 명의 춤꾼이 각각 사각의 조명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서로 마주 보고 추다가 슬쩍 상대방의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시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교감을 받아 움직이기도 한다.
바닥의 두 개의 작은 사각조명이 하나로 합쳐지기도 하고 큰 원이 되기도 한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그들은 무대를 빠져나갔다 들어오면서 빨강 원피스를 위에 덧입었다. 춤을 추다 빨강 옷을 벗어 뒤집어쓰다 옷을 벗고 떨어뜨린다. 서로 마주 보고 선다. 2인무로 추어진『Nobody talk to me』는 공간 속에서 서로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그려냈다. 다변적인 몸의 움직임이 빛나는 컨템포러리 작품이었다.
마다가르카스의 야리소아 줄리는 아프리카의 전통 리듬의 춤을 보여주었다. 『Soamarorokaa』(소아마로로카)는 마다가스카르의 전통적인 게임으로, 한 사람이 빗속에서 춤추고 유희하며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순간을 담고 있다. 랜턴을 입에 물고 작은 빛을 비추며 중앙에 등장한 춤꾼은 흰색 상의와 흰색 바지와 흰 운동화를 갖춘 데다 검은 피부와 대조되는 강한 눈길로 의자에 앉아 춤추기를 반복한다. 북소리가 울리고 큰 종이 리본 타이 여덟 개가 목부터 배까지 차곡차곡 붙어 있다. 이후 묵직한 음악으로 바뀌자 빨강 테이프를 온몸에 둘러 서있는 무대장치 벽에 자신의 몸을 붙여 세운다. 이국적인 정취를 넘어 슬픔을 압박감, 억누름으로 전환시키려는 듯 보였다.
조슈아 비미쉬(무브더컴퍼니 예술감독)의 『콘체르토』는 바흐 음악에 맞춘 가벼운 분위기의 춤이다. 뉴욕의 조이스 극장,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한 바 있는 그는 유머와 위트를 클래식 음악에 더해 골반의 돌리기, 변형의 팟세 등을 재미있게 만들어내며 공연에 힘을 보탰다.
부대행사도 마련되었다. 10월 1일, 2일에 거쳐 대중과 함께하는 게릴라 댄스콘서트 플래시몹, 아이와 엄마·외국인·청소년을 위한 무용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일말의 고립감을 없애며 잠깐이라도 문화를 누리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충청권에서 시작된 세종국제무용제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머잖아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리라 기대한다. 갈라파고스의 이미지 위에 희망의 축제를 벌이는 것이 또 멋진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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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2.09 -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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