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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찬주
Subject   공연과리뷰 2016년 겨울호 -영국을 대표하는 두 안무가 -로열발레단의 레퍼토리『고집쟁이 딸』(로열발레단),『로미오와 줄리엣』(유니버설 발레단)
영국을 대표하는 두 안무가 -로열발레단의 레퍼토리『고집쟁이 딸』(로열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유니버설 발레단)
이 찬 주

영국을 대표하는 로열발레단이 지난 9월 27일 2016/17 시즌 작품 『고집쟁이 딸(La Fille mal gardée)』을 로열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렸다. 필자는 자료 조사 차 런던에 왔다가 관람할 수 있었다. 로열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인 2막 코믹 발레 『고집쟁이 딸』은 1960년에 프레드릭 애쉬튼(Frederick Ashton)이 각색․안무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원 안무자는 장 도베르발(Jean Dauberval, 1742~1878)이며 1789년 보르도 대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 가운데 한 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프랑스의 대중적인 노래 55곡에 맞추어 안무되었는데 작곡자나 편곡자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현재 러시아 볼쇼이 극장을 위해 안무한 알렉산드로 고르스키 버전(1903)과 영국 로열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프레드릭 애쉬튼 버전(1960) 두 가지가 세계 각국 발레단에서 각색할 때 텍스트로 쓰이고 있다. 고르스키 버전은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브 이바노프, 더 위로는 폴 탈리오니를 승계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버전 중 좀 더 현대적인 프레드릭 애쉬튼의 버전이 더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줄거리는 단출하다. 리즈와 연인 콜라스가 펼치는 사랑 이야기이다. 리즈의 어머니 시몬느는 미망인으로 딸 리즈를 부잣집에 시집보내려 한다. 리즈는 어머니에게 떠밀려 멍청하고 용기 없는 부잣집 아들 알랭을 만나지만, 콜라스와 남몰래 사랑을 이어가다 결국 어머니의 승낙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장 도베르발은 피에르-앙투완 보두앵(Pierre-Antoine Baudouin)의 그림을 조각한 판화 「꾸지람/엄마에게 혼나는 어린 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판화에는 헛간에서 옷이 엉망인 채 울고 있는 딸과 야단치는 어머니, 그들 뒤로 살며시 도망치는 청년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애쉬튼은 기본적으로 도베르발의 원 대본을 고수하는 한편 클래식 발레와 영국의 민속춤을 결합한 안무에 프랑스의 농촌 생활을 보여주려 했다고 한다.
농촌을 소재로 한 『고집쟁이 딸』은 두 연인의 춤 말고도 화려한 색깔의 깃털을 가진 한 마리 수탉과 뒤를 따르는 네 마리 암탉의 춤(the chicken dance), 리즈의 어머니 시몬느의 과장된 연기와 우스꽝스런 움직임 그리고 빨강 우산을 다리 사이에 끼고 뛰어다니는 알랭의 좌충우돌하는 몸짓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주목되는 것은 재일교포 출신 한국인 최유희가 주인공 리즈 역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현재 로열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데 2002년 로잔 콩쿠르 컨템포러리 댄스 부문에서 1등상을 수상한 특전으로 로열발레단에서 1년 연수를 거쳐 2003년 정식으로 로열발레단에 입단했다. 2006년 퍼스트 아티스트로, 2008년 퍼스트 솔리스트로 승급했다. 그녀 위로는 프린서펄 한 단계가 남아 있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스텝인 파 드 부레를 하며 뒤로 가는 모습에 우아함을 담아냈고, 곡식을 손으로 빻는 척하면서 어머니 몰래 열쇠를 숨겨 콜라스를 만나려는 능청스런 연기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소화해냈다. 그녀는 남자 주인공과 호흡을 맞추었는데 리본을 이용해 춤추는 장면에서 파드되는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다만 니헤미아 키시는 솔로 장면에서 부족한 듯한 회전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공중 쥬떼에서 보여준 도약은 누구보다 돋보였다.
공연 시간만 두 시간 가까운 『고집쟁이 딸』은 드물게 농촌을 배경으로 한 발레 작품으로 리본이나 방망이를 활용한 춤이 어우러진 군무나 수확의 축제 장면, 천둥과 번개에 빗속을 뛰어다니는 두 연인의 모습 등 경쾌하고 아기자기한 농촌 생활의 풍경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시간을 거슬러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고 여겨진다.
런던에 이어 필자는 유니버설발레단이 10월 19~29일 동안 올린 『로미오와 줄리엣』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보았다. 1965년 영국 로열발레단을 위해 케네스 맥밀란이 안무한 작품인데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은 케네스 맥밀란 재단으로부터 판권을 사들여 2012년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권력과 세력에 의해 피로 물든 사랑 이야기는 케네스 맥밀란이 안무한 최초의 장편 3막극 정통 발레로, 초연된 이래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으며 세계적인 작품이 되었다. 올해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는 해이니만큼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발레 작품들이 국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가 1935년과 36년에 걸쳐 동명의 발레곡을 작곡한 뒤 우여곡절 끝에 1938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브르노에 있는 마헨 극장에서 12월 전막으로 초연되었으나, 1940년 레오니드 라브로프스키(Leonid Lavrovsky) 안무로 키로프 극장에서 올린 개정된 버전을 초연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그 뒤 『로미오와 줄리엣』은 프레드릭 애쉬튼(1955, 덴마크 왕립 발레단), 존 크랑코(1962,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케네스 맥밀란(1965, 로열 발레단), 루돌프 누레예프(1977, 런던 페스티벌 발레), 유리 그리고로비치(1979, 볼쇼이 극장), 장-크리스토퍼 마이요(1996, 몬테카를로 발레단) 등의 안무작을 포함해 지금까지 80개 이상의 버전이 만들어졌다.
그중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첫 공연에서 40분간의 박수와 43회 커튼콜을 받으며 최고의 인기를 끌었고 전 세계적으로 400회 이상 공연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캐릭터는 ‘줄리엣’이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막 무도회 장면에서 알레산드라 페리가 애티튜드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 아름답다. 휘어질 듯한 허리선의 유려함은 그녀 최고의 장점이다. 발코니 장면의 리프팅한 모습에서도 그녀의 허리 라인의 유연성이 발휘된다. 뿐만 아니라 3막 패리스 백작과 사랑 없는 결혼을 강요받고 멍하니 말없이 침대가에 앉아 있는 묵언의 연기와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그녀와 파드되를 추는 로미오와의 영혼이 빠져 나간 듯한 몽환적 연기는 최고이다. 로미오와 나란히 앉아서 결혼 서약을 하는 장면은 1968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으로 분한 올리비아 핫세의 청순한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녀의 특징은 특유의 유연한 몸짓으로 마치 물 흘러가는 듯한 부드러운 동작의 흐름을 표현하는데 있다.(1995, 2000, 2007 공연참조)
이번 공연에서 23일과 26일 이틀 동안 줄리엣이 되는 알레산드라 페리(Alessandra Ferri)는 1982년 맥밀란의 뮤즈로서 19세에 처음으로 줄리엣 역을 맡은 뒤 발레리나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으며 ‘줄리엣의 현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파트너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수석 남성 춤꾼 에르만 코르네호(Herman Cornejo)와 호흡을 맞추었다. 2007년 은퇴했다가 2013년 다시 무대에 돌아온 그녀는 은퇴 공연으로 올렸던 『로미오와 줄리엣』(ABT)을 53세에 다시 만난 셈이다.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꼭 맞는 옷을 입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필자가 본 또 다른 줄리엣(25일) 강미선은 깊은 연기와 테크닉으로 공연 내내 주역으로서의 재목임을 보여주었다. 다만 25일 남녀 주역이 갑자기 교체되면서 춤꾼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남성 주역이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에서 막심 차셰고르프로 교체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동물의 춤, 베로나 광장에서 벌어진 몬터규 가와 캐플럿 가의 맹렬한 칼싸움, 가면무도회의 춤, 티볼트와 머큐리의 죽음을 잘 표현했다. 새로 만든 전막의 의상과 무대장치들은 귀족들의 삶과 그들의 건축물 내부를 살펴보는 재미, 그리고 16세기의 영국 귀족 저택의 고색창연한 색감을 선사했다.
이번에 필자는 영국 로열발레단과 관련된 발레 작품 두 편을 만나보았다.
『고집쟁이 딸』은 원전은 프랑스의 장 도베르발 작품이지만 안무자 애쉬튼은 거기에 영국의 이미지를 덧입혔다. 어머니 시몬느의 나막신 춤(Clog dance)은 물론 수확의 축제의 놀이나 의상에서 앞치마가 달리고 프릴로 상체를 장식한 드레스, 귀여운 모자, 가슴에 엑스 자 줄로 조인 옷은 영국의 민속춤과 의상이 재현된 것이다. 영국의 민속춤을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을 담아 전원 풍경으로 따스하게 전했다. 맥밀란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영국 귀족들의 생활과 무도회의 춤 등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심리적으로 표현해내며 자국 작가인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을 발레화하여 또 다른 걸작으로 만들었다.
영국 발레의 특징은 연기력을 드러내는 마임을 많이 사용하며 일사불란한 군무를 강조하는 러시아 스타일에 비해 주역들의 춤을 잘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안무 학교를 창립한 르네뜨 드 발로아(Ninette de Valois, 1898~2001)와 올드 빅(Old Vic) 및 새들러스 웰스 시어터(Sadler's Wells theatres)를 소유한 릴리안 배일리스(Lilian Baylis)와 합작으로 1931년에 다시 문을 연 새들러스 웰스 및 빅웰스 발레단(Vic-Wells Ballet)과 빅웰스 학교가 영국 로열발레단의 전신이다. 1956년 왕실헌장을 받아 각각 로열발레단과 로열발레학교로 개칭되었다. 현재 90여 명의 단원들이 소속된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발레단은 알리샤 마르코바, 마고트 폰테인, 알레산드라 페리 등 최고의 발레리나를 배출했다. 이들은 모두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존경받는 발레리나라는 의미로 최고의 발레리나에게 주는 ‘프리마 발레리나 아솔루타(Prima ballerina assoluta)’로 임명되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페리를 포함해 열세 명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 안무가 육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로열발레단은 창립 이래로 예술감독이었던 드 발로아가 1963년 은퇴한 뒤 프레드릭 애쉬튼이 뒤를 이었고 1970년 그가 은퇴하면서 맥밀란이 뒤를 이어 1977년까지 로열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되었다. 케네스 맥밀란은 로열발레학교를 거쳐 로열발레단에서 활동한 첫 번째 예술감독이다. 애쉬튼과 맥밀란은 과연 영국을 대표하는 안무가가 되었으며 그들이 만든 발레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발레단의 레퍼토리가 되었다. 유능한 예술감독의 존재가 레퍼토리 확보라는 결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그리고 한 발레단이 보유한 레퍼토리는 그 발레단이 가진 힘(수준)과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고집쟁이 딸』의 주역을 맡은 최유희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녀는 애쉬튼과 작업한 레슬리 콜리어(Lesley Collier)와 게일 탭하우스(Gail Taphouse) 등이 아직 로열발레단에 남아 있고 그들로부터 배운다는 것이 단원으로서 굉장한 이점이라고 꼽았다.
필자는 한 발레단 안에서 예술감독과 레퍼토리와 춤꾼들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어떻게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지 하는 예시를 로열발레단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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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2.09 -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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