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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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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평 시험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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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의 선율에 녹아든 <안나 카레니나>
이 찬 주
이찬주춤자료관대표/춤평론가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이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문화올림픽’에 선정되어 20억 원을 지원받아 만든 <안나 카레니나>가 2월 2일(금)대전예술의 전당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한 여성이 열정과 감정에 의해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금단의 사랑을 선택한다. 이 사랑으로 인해 자신이 지닌 사회적 지위는 물론 사랑하는 아들까지 잃게 되고,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사랑마저 의심하고 내몰린 사회에서 몰락하며 비극적인 삶을 마친다.
이번 공연은 2014년 취리히발레단의 초연작으로 독일출신의 크리스티안 슈푹(Christian Spuck)의 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를 주제로 한 발레 작품가운데 보리스에이프만(Boris Eifman)이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안무로 <안나 카레니나>(2009 한국초연)를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로 다루었다면, 크리스티안 슈푹의 안무작(2017 한국초연)은 미니멀리즘을 무대 위에 선보이며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의 음악을 중점적으로 그렸다고 할 수 있다.
공연이 시작되자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 작품번호 16 제3번 나단조가 울리는 가운데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에 모두 서 있다가 서서히 움직인다. 변환된 장면에서 스티바(김명규A)는 소파에 앉아 하녀들과 외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을 본 돌리(박예은B)는 마음을 옥죄는 듯한 몸짓을 한다.
흰 배경 막에 증기기관차가 역으로 들어오며 안나 카레니나(박슬기)는 오빠인 스티바와 돌리사이를 돕기 위해 모스크바에 온다. 안나는 플랫폼에서 여행길에 알게 된 브론스카야 백작부인의 아들 브론스키(이재우)를 만난다. 둘은 무대 양편으로 엇갈려 걷다가 뒤 돌아 서로를 쳐다본다. 앞으로 전개될 운명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무곡이 울려 퍼지는 무도회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안나 카레니나에게 브론스키는 손등에 키스하면서 구애한다. 레빈(김태석)은 큰 원을 그리듯 무도회의 주변을 돌면서 겉도는 모습이다. 그는 키티(김리회)에게 청혼하지만 브론스키에게 빠져 있는 그녀는 거절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되돌아가는 그녀를 따라간 브론스키, 그는 붉은 드레스로 한껏 치장한 안나를 무도회에서 만나 서로 두 손을 맞잡아 당기거나, 허리를 안아 힘껏 감싸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브론스키와 안나 카레니나의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펼쳐진다. 한편 무도회의 돌리의 춤은 남편과의 벌어진 사이를 의미하듯 스티바를 등지며 양옆으로 손을 펼치거나 그와의 거리를 두는 동작을 펼친다.
흰 배경 막의 영상에 경마장의 모습이 펼쳐지고 관객들은 손으로 쌍안경 동작을 취하며 관람한다. 브론스키가 말에서 떨어질 때 안나는 비명을 지르며 무대 앞으로 뛰어나온다. 이들의 불륜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어 안나를 사이에 두고 밀고 당기는 브론스키와 카레닌(송정빈)의 3인무는 이들의 갈등을 담고 있다.
2막은 안나와 브론스키가 떠난 이탈리아의 밀월여행으로 시작된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에 펼쳐진 파드되(2인무)는 사랑이라는 이름아래서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반면 청혼을 거절당한 레빈은 육체적인 노동으로 마음을 달래고 (라흐마니노프, 밤은 슬프구나 op.26 제12곡) 그의 고독과 함께 흰 배경 막에 옅은 수채화가 펼쳐진다. 레빈은 다신 키티를 사랑하지 않겠다던 다짐과 달리 그녀가 쳐다보는 눈빛에 뒤돌아 걷다 멈춰서 왼손을 뒤로 슬그머니 내민다. 그 손을 잡은 키티와 다시 사랑이 시작되고 결혼식 장면으로 이어진다. 어느덧 안나는 아들을 그리워하고 브론스키는 어머니의 요청으로 무도회에서 소로키나 공작 영애를 만난다. 이후 안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택한 사랑을 의심하며 고통과 질투로 무대 의자위에 놓인 아편을 마신다.(라흐마니노프 꽃은 시들고op.74) 결국 안나는 질투심과 망상으로 기찻길 위에서 죽음을 맞는다. 마지막 장면은 프롤로그와 같은 장면이 연출되고 라흐마니노프의 ‘아름다운이여 노래하지 마오’ 가 들려오며 안나의 빈자리는 새엄마로 교체되어 막이 내린다.
크리스티안 슈푹이 “음악은 작품 내용으로 들어가는 열쇠이다”라고 안무 의도를 밝혔듯이 감정에 따라 흐르는 사랑과 갈등이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과 잘 어우러져 표현되었다. 두 번의 무도회에서 군무를 후면이나 사선으로 배치하고 중심인물들을 중앙에 배치하며 극 중심으로 주도해 간 것도 특이했다. 무대는 네다섯 그루의 자작나무로 러시아의 허허벌판을, 두 개의 샹들리에로 무도회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두세 개의 마루를 이어 붙인 플랫폼, 경마장, 결혼식장은 영상(티에니 부르칼테르)과 어우러진 장식을 제거한 단출한 무대(외르크 지엘린스키)였다. 빠른 장면전환을 위해 마루를 움직이고, 흰 배경막을 치고, 의자를 들고 나오는 것에 춤꾼들이 동원된 것도 신선한 시도였다. 왼편 후면에 배치된 그랜드 피아노(조재혁)와 ‘꽃은 시들고’, ‘아름다운 이여 노래하지 마오’를 무대 측면에서 부른 성악(조윤정)은 등장인물의 심적 표현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은 안나와 브론스키 그리고 레빈과 키티의 두 사랑을 무대 위에서 대조적으로 그려냈다. 그의<안나 카레니나>는 가장 필요한 전통적인 발레동작의 테크닉만을 차용하고 성격묘사에 필요한 극적인 연기를 안무에 담아냈으며, 영상·음악의 협연은 흥미롭고 조화로웠다. 소설 ‘안나카레니나’는 영화, 발레, 뮤지컬 으로도 지속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인간의 본질을 다루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움 것은 평창올림픽은 모든 세대가 즐기는 국가적 행사인데 작품의 수위면과 국립발레단 55년 역사에 내세울 레퍼토리가 없다는 점이다. 충청데일리 2018.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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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22.04.27 - 1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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