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 궁중 연악(燕樂)과 고려 당악정재
심 숙 경(북경무도대학 지속교육계 부교수)
Ⅰ. 머리말
송대(宋代)는 중국고대무용발전사상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시기이다. 양송(兩宋)시기 약300여년간은 요, 금, 서하등 주변 소수민족정권과의 반복되는 전쟁과 대치국면중에서도 경제문화면에서 일정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사상이념방면에서 새롭게 출현한 정주리학(程朱理學)은 사람들의 행위와 사상을 통제,억압하였으니 이러한 모든 시대적 상황은 무용예술발전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며 반영되었다. 송시기는 독립적 예술형태로서의 무용이 고도로 발전한 당대(唐代) 기초위에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되었는데, 궁중악무에서는 고사성(故事性)을 띤 가무가 이미 출현함으로써 희곡(戱曲)태동의 전조(前兆)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민간에서는 무대(舞隊)의 성행을 그 특징으로 꼽을수 있겠다.
송대 궁중악무는 크게 아악(雅樂)과 연악(宴樂)으로 구분되어지는데 아악은 종묘제사, 조회등에 사용된 정악으로서 주로 제왕의 공덕을 가송(歌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연악(宴樂)은 또 연악(燕樂)이라고도 하며 다시 광의(廣義)와 협의(狹義)의 범주로 나누어질 수 있다. 광의의 연악(燕樂)은 연악(宴樂) 즉 연향(宴享)시 표연하는 악무이고, 협의의 연악은 당대(唐代) 십부기(十部伎) 당.태종 정관16년(642), 구부기(九部伎)를 토대로 첨삭하여 제정함. 연악(燕樂), 청상악(淸商樂), 서량악(西凉樂), 천축악(天竺樂), 고려악(高丽乐), 구자악(龜玆樂), 안국악(安國樂), 소륵악(疎勒樂), 강국악(康國樂), 고창악(高昌乐)등 10부. 와 좌부기(坐部伎) 연악(燕乐), 장수악(長壽樂), 천수악(天授乐), 조가만세악(鳥歌萬歲樂), 용지악(龍池樂), 소파진악(小破陣樂)등 6부.중의 제1부, 즉 경운악(景雲樂), 경선악(慶善樂), 파진악(破陣樂), 승천악(承天樂) 네 부을 일컫는 것으로 본문에서는 전자에 대해 논하기로 하겠다.
수(隋), 당(唐), 송대(宋代) 궁중에서 사용하는 속악은 모두 광의의 연악으로 예의성(禮儀性), 전례성(典禮性), 감상성과 오락성을 겸비 中國藝術硏究院 舞蹈硏究所(1994),『中國舞蹈詞典』(北京:文化藝術出版社), p.499.하고 있다. 궁중 연악(宴樂)은 그 유래가 오래된 것으로 진·한(秦漢)이후 황친귀족의 생활중에 많이 출현하였고, 당대(唐代)에 이르러서는 국내외 각민족의 악무를 폭넓게 수용, 흡수하여 구·십부기(九·十部伎), 좌·입부기(坐·立部伎), 건·연무(健·軟舞)등 수많은 우수한 표연예술작품이 편성, 창작되는등 전에없는 무용예술의 황금기를 이룩하였다.
중국고대무용사에서 독립된 표연예술로서의 무용은 당대에 최고조에 달한 후 오대(五代)를 거쳐 송대에 이르러서는 점차 희곡(戱曲)속으로 흡수되어가는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대 연악(燕樂)의 기초위에 가공, 정리하여 발전한 새로운 악무형식 “대무(隊舞)”와 “대곡(大曲)”의 출현, 즉 악무(樂舞)에 사(詞)와 시(詩)가 결합되어 일정한 줄거리를 서술하는 악·가·무 종합운용 표연양식은 전대(前代)에는 없었던 것으로 순수 악무가 희곡화(戱曲化), 전형화(典型化), 격식화(程式化)되어가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송대는 고대봉건문화사에서 전에없이 사와 시가 고도로 성숙한 시기로서 이는 양송(兩宋) 악무문화 발전에 기본토대와 자양을 제공하였다. 당대를 중국고대악무예술의 황금기라고 한다면 송대는 문예부흥기라고 말할 수 있다. 송대는 개국후 문치주의(文治主義) 지향에 따른 중문경무(重文經武)풍조로 박학홍유(博學鴻儒)가 부지기수였으며, 이에따라 사와 시가 상당수 창작되었다. 『송사(宋史)』에 기재된 문인학자의 수는 시가(詩歌) 번영한 당대조차도 따라갈 수 없을만큼 많았다. 『전당시(全唐詩)』의 작자는 겨우 2천2백여인이지만 『전송시(全宋詩)』의 작자는 9천정도로 약4배 袁禾(1999).『中國舞蹈』(上海: 上海外語敎育出版社), p.207.가 넘는 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전송사(全宋詞)』에는 일만9천9백여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중 악무와 관계된 작품이 약6백여수에 달하며 대부분은 문인학사들이 지은 것으로 주요하게는 궁중연회와 사대부가 연회 및 주루반관(酒樓飯館)에서의 가무상황을 반영 金千秋(1990).『全宋詞中的樂舞資料』(北京: 人民音樂出版社), pp.4-5.하고 있다. 이렇듯 송대에 사가 크게 발전함에 따라 송인들의 작사(作詞)도 성행하고, 이 가사(歌詞)가 음악과 결합됨으로써 악무발전에 또다른 영향을 끼치게 되었던 것이다.
이외에 송시기의 악무, 희곡 및 기타 예술발전의 방향은 당시 국내외 정치경제, 사회문화의 변동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송시기는 비록 정치적으로는 주변국들의 끊임없는 침략등으로 혼란하였으나 경제적으로는 일정한 발전을 하였다. 농업, 수공업의 발전과 해외무역의 흥기(興起)등으로 도시경제가 활성화, 행회(行會)조직이 보편화됨에 따라 자연히 시민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게 되었다. 이에따라 대도시에는 수많은 와사(瓦舍), 혹은 와자(瓦子) - 와자내의 구란(勾欄), 유붕(游棚)등 각종 기예를 전문 상연하는 고정장소가 출현하고, 광대한 민간무용 - “무대(舞隊)”가 새롭게 흥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구란 와사에서는 일년내내 광범위하고 다양한 종류의 민간기예를 상연하여 각 계층 시민들을 흡수함으로써 송대 민간예술활동은 상업화, 극장화 되어갔다. 당말이후 궁중악무기구의 축소, 특히 남송초 교방의 폐지등로 인해 민간으로 흩어진 전문 기예인들은 이렇게 와사나 묘회(廟會)등에서 직접 관중들에게 상연하였으며, 또 궁중 대연(大宴)때에는 불려들어가 공연하였으니 이들의 활동은 민간악무발전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한편 궁중과 민간악무를 서로 전하는 매개체 역활을 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경제발전에 따른 광대한 시민계층의 대두, 와사(瓦舍)와 민간 무대(舞隊)등의 성행, 각종 민간예술의 흥성과 융합은 이후 희곡예술이 독립적 예술형태로 발전하는 기본여건을 조성하였다. 희곡표연중에 고전 가무외에도 민간가무가 대량 흡수 王克芬(1984).『中國舞蹈史- 明淸部分』(北京: 文化藝術出版社), p.44.된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주변국들과 계속되는 위협과 전쟁, 통치계급의 착취, 압박에 대한 노동인민의 불만과 울분은 이를 토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무로 고사(故事)를 표연”하는 새로운 종합예술형태 희곡의 형성을 불러오게 하었다. 송.잡극(雜劇)의 형성은 바로 이러한 필연적 요구와 상황아래 형성된 민간예술의 결정체라 하겠다.
문치주의 지향에 따른 송사의 성행과 정주리학의 중시, 혼란한 주변 사회정세등의 여건은 송대 악무가 창사, 낭송, 주악등과 결합하여 희곡화, 의식화, 규격화로 가는 경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새롭게 출현한 악무 표연양식 대곡, 대무는 당시 사회분위기와 시대정신에 적응, 반영하는 것으로 인체표연예술에 송인들의 창작정신문화가 결합된 고도의 종합예술로 대표될수 있다. 북송 신종시기 고려와 활발하게 문화교류가 재개된 이후 이러한 송.악무와 송사등는 고려궁중에 전해져 고대악무발전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으니 송.대곡과 고려 당악정재의 진행절차와 구성형태등의 양식을 통해 이들 관계를 좀더 명확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송대는 각종 민간예술의 흥성과 발전이 후대에까지 심원한 영향을 미친 민간예술의 극성기이며 송이후 새롭게 형성, 발전한 희곡예술의 형성, 발전시기라고 말할수 있다. 송.잡극(雜劇) 특히 북·남송정권 교체시기에 남방 절강성 온주(溫州)지방을 중심으로 출현한 “남희(南戱)”, 이와 동시에 북방에서 북경을 중심으로 발생한 “금원잡극(金元雜劇)”은 이후 백성들에게 가장 좋아하고 환영받는 전통예술로 정착하였다. 이에따라 무용예술은 점차 독립적 위치를 잃고 희곡안으로 흡수되어갔으며, 비록 희곡표연수단의 하나로서 나름대로 발전하였으나 송대 이후의 무용예술은 이미 당대의 찬란한 빛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Ⅱ. 송대 대곡과 대무의 특징
송대의 대곡은 당대 여러단락의 악무로 구성된인 대곡의 기초적 구조위에 시가(詩歌), 낭송등이 배합되어 단락을 나누거나 혹은 여러차례 나누어 표연하는 특수한 가무형식이다.
대곡형식은 일찍이 한대(漢代)에 출현한 상화대곡(相和大曲)에서 찾아볼수 있다. 한·위(漢魏)시대간의 상화대곡은 이미 노래, 춤이 있는 여러단락의 복잡한 구조를 갖춘 가무곡(歌舞曲)으로, 앞부분에 “인자(引子)”가 있는 결구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수·당대에는 순 음악과 무용으로 구성된 기본형식이 이미 형성되었다. 대곡이란 명칭은 한대부터 있었지만 대곡이 악무의 류명(类名)으로 정착된 것은 당대 馮雙白, 王寧寧, 劉曉眞(2001).『圖說 中國舞蹈史』(杭州: 浙江敎育出版社).이다.
송대에 이르러 대곡은 당.대곡을 부분 계승한 위에 비교적 크게 변화, 발전하였다. 먼저 구성형식면에서, 주요하게는 당.대곡이 십수편 심지어 수십편에 달하는 “대편(大遍)”을 사용하였는데 반해 송대에는 이중 뒷부분의 입파(入破)이후 빠른 리듬의 무용단락 즉 곡파(曲破)부분 혹은 가장 정채(精彩)한 일부분만을 채용하는 “적편(摘遍)”현상이 많이 출현하였다. 송.심 괄(沈括)의『몽계필담(夢溪筆談)』권5, 대곡 관련기록은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원문1) “대편(大遍)이란, 서(序), 인(引), 가(歌), 최(嗺), 초(哨), 최(催), 전(攧), 곤(袞), 파(破), 행(行),
중강(中腔)이 있는 답가(踏歌)종류로 수십 해가 있으며, 매 해는 여러번 중첩된다. 그것을 잘
라서 사용하는 것을 적편(摘遍)이라 하는데 오늘날 대곡은 모두 잘라 사용하였으므로 대편
이 아닌 것이다.” “所謂大遍者, 有序, 引, 歌, (翕+瓦), 嗺, 哨, 催, 攧, 袞, 破, 行, 中腔, 踏歌之類, 凡數十解, 每解 有數疊者. 裁截用之則謂之摘遍. 今人大曲, 皆是裁用, 悉非大遍也. ”
중국음악사학자 양음류(楊蔭瀏)선생은 일찍이 대곡의 구조를 연구 楊蔭瀏(1981/1999).『中國古代音樂史稿』(北京: 人民音樂出版社).하여 크게 산서, 중서, 파 3단계로 분류하고 다시 그 안에 몇단계의 작은 단락으로 나누어 그 특징을 아래와 같이 분석하였다 :
1. 산서(散序) : 리듬이 자유로운 기악독주, 윤주(輪奏), 또는 합주부분. (무용 없음)
2. 중서(中序; 拍序또는 歌頭) : 리듬이 고정되었으며 만판(慢板)이다. 가창(歌唱) 중심이 며 기악 반주가 있고, 춤은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다.
3. 파(破), 또는 무편(舞遍) : 산반(散板)으로 시작, 리듬이 점점 빠르게 바뀐다. 무용이 중 심되는 가장 정채한 부분. 기악 반주있고 노래는 하거나 또는 하지 않는다.
표연형식면에서는, 서정적인 단순한 음악, 무용표연만을 위주로 하던 당.대곡을 계승하는 한편 창사, 낭송, 무용, 악기연주등 악·가·무가 서로 결합 운용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들면 죽간자가 등장하여 구대(勾隊:入隊)와 방대(放隊) 치사(致辭)를 낭송하고 전체 표연을 지휘하며, 중간에는 “화심(花心:중심인물)”과의 문답형식도 이루어진다. 이외에 다른 무원(舞員)들과 뒤에서 반주하는 악대(樂隊) “후행(後行)”이 출현함으로써 춤과 악기연주, 치사, 낭송등이 여러차례 돌아가며 반복운용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있다. 이것은 순 악무만으로 구성된 당.대곡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어떤 작품은 음악, 무용을 사용하여 일정한 인물 혹은 줄거리를 서술, 표연하는 고사성(故事性) 형식이 출현하였으니 이는 전대에 없었던 중대한 변화인 것이다. 『무봉진은대곡(鄮峰眞隱大曲)』중의 검기무 형식은 이 전형적인 예로 꼽히며 송대이후 원, 명, 청대에 걸쳐 대표적인 민중들의 예술로 발전하는 희곡예술은 바로 여기서부터 태동,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송.대곡의 면모를 엿볼수 있는 자료로는 남송초기 승상 사 호(史浩) 사 호(북송.휘종 숭녕5년: 1106 - 남송.광종 소희5년, 1194): 자는 직옹(直翁), 명주 은현(현, 절강성 영파시)사람. 남송.고종소흥15년(1145)에 进士. 효종조에 ...중서사인, 한림학사....우승상 역임. 의『무봉진은만록(鄮峰眞隱漫錄)』“대곡”조에 수록된 몇 작품들로, 현존하는 사료중에 유일한 것으로서 그 귀중함을 인정받고 있다. 권1에 채련(採蓮), 채련무(採蓮舞), 태청무(太淸舞), 자지무(柘枝舞)등 4종과 권2에는 화무(花舞), 검무(劍舞), 어부무(漁父舞)등 3종, 모두 7종이 전하는데 이들 중 채련만이 편명(遍名)이 있어서 중서의 연편(延遍)이후 부분을 채용한 대곡임을 확신할 수 있을뿐 나머지 6종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왕국유(王國維)는 『당송대곡고(唐宋大曲考)』51쪽에서 이들을 “전답종류(轉踏之類)”라 하였고, 유영제(劉永濟)는 『송대가무희곡록요(宋代歌舞戱曲錄要)』에서 대곡의 입파이후 부분이 약간 변화한 “무용곡” 김학주(2001).『한·중 두나라의 가무와 잡희』(서울: 서울대학교 출판부), p.266.이라 하였다. 이외에 이들을 대무(隊舞)로 분류시키거나 아예 대무와 대곡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는 중국무용사학자들도 적지않아서 현재까진 이 두형식의 개념 설정이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 아무튼 송대 대곡은 고려로 전입된 당악정재와 형식구조, 표연형식과 내용적으로 상통점을 갖고 있음으로 보다 자세한 연구, 규명이 필요하다 하겠다. 우선 이들중에서 형태적으로 가장 흡사한 채련무의 형식구조 일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
(원문2) “다섯 사람이 일자(一字)로 대청을 보고 서면 죽간자가 낭송(勾念)한다(가사 생략)…낭송이 끝나고, 후행(後行)이 쌍두련령을 연주하면 춤을 추며 다섯 방향(五方)을 나뉘어 만든다. 죽간 자가 다시 낭송한다(생략), 낭송이 끝나고 후행이 채련령을 연주하면, 빙빙 춤추며 돌아서 일 렬(一直)을 만든다. 채련령을 중창(생략)…창이 끝나면 후행은 채련령을 연주하고, 춤추며 오 방(오방)을 만든다. 죽간자 낭송(생략). 화심(花心)이 나와 읊는다(念생략).
죽간자가 묻기를 : 이미 청가(淸歌)와 묘무(妙舞)가 있는데 어찌하여 헌정하지 않습니까.
화심이 답하며 묻기를 : 옛 음악이 어디에 있습니까.
죽간자가 다시 물으며 낭독(낭송)하기를 : 엄연히 일부가 있습니다.
화심이 답하여 낭송하기를 : 옛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念이 끝나면 후행은 채련곡파를 연주하고 다섯 사람은 군무를 춘다. 입파(入破)에 이르면 먼저 두 사람이 춤을 추며 나오고…다시 두 사람이 춤을 추며 …죽간자가 념(念)을 하고(念생략) 끝나면 화심이 시를 읊는다. 끝나면 후행이 어가오(漁家傲)를 연주한다. 화심이 춤을 추며 꽃을 꺽고 어가오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면 후행이 어가오를 연주한다. 다섯 사람이 자리를 바꾸고 화심자리에 선 사람이 시를 읊는다… (이후 생략) 五人一字對廳立. 竹竿子勾念... 採蓮入隊. 勾念了, 後行吹雙頭蓮令, 舞上, 分作五方. 竹竿子又勾念...勾念了, 後行吹採蓮令, 舞轉作一直了, 衆唱採蓮令... 唱了, 後行吹採蓮令, 舞分作五方. 竹竿子勾念...花心出. 念...
竹竿子問念: 旣有淸歌妙舞, 何不獻呈.
花心答問: 舊樂何在.
竹竿子再問, 念: 一部儼然.
花心答念: 再韻前來.
念了, 後行吹採蓮曲破, 五人衆舞. 到入破, 先兩人舞出, 舞到茵上住, 當立處訖. 又二人舞, 又住,當立 處. 然後花心舞徹. 竹竿子念...念了, 花心念詩...念了, 後行吹漁家傲. 花心舞上, 折花了. 唱漁家 傲...唱了, 後行吹漁家傲. 五人舞, 換坐, 當花心立人念詩... (中略)...
(원문2)를 통해 가무대곡의 구조형식적 특징을 재확인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창사와 낭송, 춤, 연주 즉 악·가·무가 밀접하게 운용되는 “종합성적” 형식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악무예술에 시, 사등의 문학적요소가 결합된 특수한 형식 것이다.
둘째는 죽간자, 화심, 후행등의 명칭과 역할분담이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창사와 역할, 무용, 주악의 순서가 일정한 순서에 따라 번갈아 상연되는 전형화, 격식화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움직임의 구도상에서도 일행(一行), 오방(五方), 환좌(換坐)등 일정한 격식이 있으므로 이에따른 동작표연도 당대의 순수 무용표연때보다 자유롭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다섯 사람이 춤추며 자리를 처음같이 바꾸어(五人舞換坐如初)” 춤이 종료될 때에는 처음의 일자(一字)대형으로 돌아오는 특징을 보이는데(태청무도 동일), 이는 고려 당악정재가 종결부분에선 항상 “초입배열도”로 돌아가는 구조적특징과 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넷째, 대곡 검무의 경우 내용상에서 “홍문연(鴻門宴)”과 “공손대낭(公孫大娘)”에 관한 두종류 고사를 서술,표연하고 있으므로 이미 고사인물을 표연하는 고사성(情節性)특징과 희곡화로 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희곡예술이 당송대곡을 계승, 발전한 궤적이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송사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대 대곡의 창사는 오언, 칠언시(五,七言詩)인데 반해서 송대 대곡의 사체(詞體)는 만사장조(慢詞長調)로서 상하결로 나누어 중복할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송대 대곡의 첩수(疊數)는 사의 내용에 따라 증감하였으며 이것이 고사서술에 편리 金千秋(1990). 앞의책, p.13.하였던 것이다. 즉 당대의 각 가무는 모두 고정된 자신의 곡조가 있었으나 송대에는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 사용할수 있는 영활성이 있었다.
이러한 특징외에도 위 대곡들은 처음부터 춤이 시작되는 점을 근거로 하면 대곡중의 입파이후 주요한 부분만을 “적편” 표연(表演)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사호가 기록한 대곡들은 대부분 2-5명의 무원으로 이루어진 소위 소형대무로 이는 아마도 고급관리인 그의 가연(家宴)에서 연행된 것을 기록한 것으로 보여진다. 『송사.악지』에 기록된 40대곡중에 중려궁(中呂宮)과 황종궁(黃鍾宮)에 검기, 쌍조(雙調)에 채련이 있을뿐 곡파 29명목에도 사 호가 기록한 다른 대곡명칭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전하는 고려 당악정재 5종 역시 포구락을 제외하고는 2인- 8인의 무원으로 구성된 소형악무이다.
『송사.악지』에 전하는 40대곡중에 검기, 채련, 양주(梁州, 凉州), 박미(薄媚), 이주(伊州), 호위주(胡謂州), 녹요(綠腰)등은 당.대곡명과 동일한 것으로 당송 악무간의 일정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송.대곡은 당대의 것을 계승한 외에도 대량으로 창작되었다. 음률에 밝은 송.태종은 18 대곡외에도 곡파 29곡과 소곡(小曲)270곡등 모두 390곡을 친제하였다.
왕국유의 연구분석에 의하면, 남송의 관본잡극단수(官本雜劇段數) 280종 중에 대곡을 사용한 것이 103종에 달한다고 함으로써 王國維(1998). 앞의책 제5장. 희곡 형성과정중 당송악무 인소가 흡수되었음이 확실시되었다. 송.대곡은 잡극이 일어난 이후에도 여전히 독립된 예술형식으로서 원대(元代)에까지 전해졌으며 요나라 궁중에도 정식 궁중 연악으로 사용되었으니 고려왕조와 역사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이들
송대 궁중 연악중 대표적 양식인 “대무(隊舞)”.
대무는 “많은 사람의 군무”라는 뜻 董錫玖(1979).「宋代的“舞隊”“隊舞”及其他(續)」,『舞蹈』 第5期, (北京:中國舞蹈家協會). 으로 이미 중만당(中晚唐)시기에 나타났다. 당.왕 건(王建)의 <궁사(宮詞)>에서 대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만당시기 궁중악관 이가급(李可及)이 만든 보살만대(菩薩蠻隊), 탄백년대(嘆百年隊)은 유명한 대무이다. 당대 대무가 주로 독무, 2인무, 3인무등이었는데 반해 송대 대무는 수십, 수백명이 출연하는 방대한 군무형태로 변화, 발전하였다.
송.대무는 대부분 당대의 연악, 특히 건무, 연무를 계승한 위에 새롭게 발전한 것이다. 당대에 국내외 민족의 악무를 종합한 십부기, 또 당대(當代)의 황제 송양을 주내용으로 하는 좌·입부기등은 송대에 거의 전해지지 않았으나 常任俠(1974).『中國舞蹈史話』(臺北: 明文書局), pp.103-104 ; 何志浩(1959).『中國舞蹈史』(臺 北: 中華大典編印會印行), pp.272-273. 연무, 건무같이 감상성과 예술성을 갖춘 표연성 작품의 생명력은 비교적 길게 이어졌던 것이다. 송.대무는 소아대(小兒隊)와 여제자대(女弟子隊)로 나뉘는데 『송사·악지』에 각10종의 작품명이 전하고 있다.
소아대(72인): 1.자지대(柘枝隊) 2.검기대(劍器隊) 3.파라문대(婆羅門隊) 4.취호등대(醉胡騰隊), 5.혼신
만세악대(渾臣萬歲樂隊) 6.아동감성악대(兒童感聖樂隊) 7.옥토혼탈대(玉免渾脫隊) 8.이 역조천대(異域朝天隊) 9.아동해홍대(兒童解紅隊) 10.사조회골대(射彫回鶻隊)
여제자대(153인): 1.보살만대(菩薩蠻隊) 2.감화악대(感化樂隊) 3.포구락대(抛毬樂隊) 4.가인전모란대 (佳人剪牡丹隊) 5.불예상대(拂霓裳隊) 6.채련대(採蓮隊) 7.봉영악대(鳳迎樂隊) 8.보살
헌향화대(菩萨献香花队) 9.채운선대(彩云仙队) 10.타구악대(打球乐队)
이 중 밑줄친 송.대무의 상당수는 당대 연악을 계승, 발전한 것이거나 적어도 당대 악무와 관련있는 것들로서 당대 같은 명칭의 무용과 공통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외에 『송사. 악지』에는 단지 대무의 명칭과 복식에 관련된 간단한 내용만 전할뿐이어서 구체적 비교연구는 불가능하나 소아대중의 자지대, 검기대, 여제자대중의 포구락대와 가인전모란대, 보살헌향화대등은 모두 당악, 향악정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들로서 당송악무(당대 악무를 계승, 발전한 송.악무)와의 밀접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고려때 전입된 자무(字舞)형식의 왕모대가무도 55인의 구성된 방대한 규모의 대무라고 할수있는 것이다.
대형 군무형식으로서의 송.대무는 황제축수연등 삼대연(三大宴)절차중에 백희, 잡극, 악기연주, 축구(築毬)등 다른 종목들과 함께 성대하게 상연되었으며, 죽간을 든 참군색이 구대, 방대치어로 전체 표연을 인도한다는 점에서 대곡과 상통점을 나타내고 있다.
송.맹원로(孟元老)의『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권9에는 천녕절(天寧節:송.휘종 탄신일)에 거행된 연회절차에 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일부만을 인용하면 :
(원문3) : “…제5잔 …참군색이 죽간자를 잡고 작어(作語)하여 소아대무를 불러낸다. 어린이(소아)는
십이삼세 200여인을 뽑아서 4줄을 만들고 각 줄에는 대두(隊頭:대표) 한 명이 있고 4명이
그를 둘러싼다… 참군색이 작어로 소아반 수(小兒班首)를 앞으로 나오게 부르면, 나와서 구 호한다. 잡극이 모두 잘 끝나면…소아반 수는 나와서 치어로 잡극을 불러 입장케한다…잡희 가 끝나면 참군색이 작어하여 소아대를 끝나게 한다.
제7잔 …참군색이 작어하여 여동대(女童隊)를 입장케 한다. 여동은 모두 양 군(兩軍)에서 묘 령의 용모가 뛰어난 400여인을 선출하였다…중강 부르는게 끝나면 여동은 나와서 치어로 잡 희입장을 부른다. 역시 일장 두단락을 하고 끝이나면 참군색이 작어하여 여동대를 물러나게 한다. 다시 곡자(曲子)를 함께 부르고 춤추며 퇴장한다.“ “第五盞御酒, .....參軍色執竹竿子作語, 勾小兒隊舞. 小兒各選年十二三者 二百余人, 列四行, 每行隊 頭一名, 四人簇擁..... 參軍色作語, 問小兒班首進前, 進口號, 雜劇人皆打和畢,... 小兒班首入進致語, 勾雜劇入場, 一場兩段......雜戱畢, 參軍色作語, 放小兒隊.
第七盞御酒....參軍色作語, 勾女童隊入場, 女童皆選兩軍妙齡容艶過人者四百余人....唱中腔畢, 女童 進致語, 勾雜戱入場, 亦一場兩段訖, 參軍色作語, 放女童隊,又群唱曲子, 舞步出場.“
여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중 하나는, 참군색이 작어(作語)를 하여 소아대무와 여제자대무를 구대, 방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잡극은 참군색이 아닌 이미 등장한 소아반수(小兒班首)나 여제자대중에서 치어를 불러 구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송. 오자목(吳自牧)의『몽량록(夢梁錄)』권3 “재집친왕종실남반백관입내상수(宰執親王宗室南班百官入內上壽)”에는 참군색이 직접 잡극을 구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는 남송조 연회시에 소아대, 여제자대무 모두가 상연되지 않았음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대무가 남송시기에 이르러 없어졌다 馮雙白, 王寧寧, 劉曉眞(2001).『圖說 中國舞蹈史』(杭州: 浙江敎育出版社), p.160.고 보기는 어렵다. 사 호와 왕의산 王義山(남송. 영종 가정7년:1214 - 원. 24년:1287), 남송. 이종 경정3년(1262)에 進士. 은 모두 남송시기 관리들로써 그들이 기록한 대곡과 대무작품은 궁중연회나 또는 사대부가연에서 상연된 사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의산의 『가촌류고(稼村類稿)』에는 황태후 축수연때 거행된 작품들을 “악어(樂語)”라는 제목명대로 모든 것을 생략하고 치어와 창사, 염시(念詩)내용만이 실려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구성절차는 알 수 없으나, 분석해보면 중간에 구대와 방대로 확실히 구분지어진 3작품을 연이어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가칭(仮稱)하면 자지무와 군선무(群仙舞), 화무(花舞)의 기본구조로만 연결,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대무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상 그 구조형식은 사 호의 대곡과 거의 흡사함을 보이고 있다. 먼저 (壽崇節, 對廳) 치어로 개장하여 “창(唱)”과 “구문대심(勾問隊心)”, “창 자지령(唱柘枝令)”, “화심 창(花心唱)”, “사각창(四角唱)” 이후 “견대(遣隊:放隊)”로 자지무는 일단락된다. 여기에서『동경몽화록』과 『몽량록』을 근거로 하면 치어, 작어 또 구대와 견대는 참군색(죽간자)의 출현을 암시하는 것이며, 구문대심은 화심과의 문답형식을 나타내고, “사각창”은 4명의 연원이 등장하였음을 뜻하고 있다.
두 번째로 군선무는 다시 “구대”하여 무대를 부른뒤 오선(吳仙), 심선(諶仙), 학선(鶴仙), 용선(龍仙), 백선(栢仙)등 다섯 선인의 시와 창을 번갈아 표연하고 역시 “견대”로 종결된다. 다섯 선인이 다섯 양을 타고 내려와 축수, 축원하는 내용의 당악정재 오양선과 기본상 같은 맥락의 내용과 형식을 갖춘 작품으로 이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화무(花舞)는 사 호의 화무와 형식면에서 거의 동일한 내용의 작품이다. “왕모치어”와 “창”을 한후, “구대”로 시작하여 10종류의 꽃을 묘사하는 화시(花詩)를- 만년지시, 장춘화시, 창포화시, 훤초화시, 석류화시, 와자화시, 장미화시, 작약화시, 궁류화시, 반도화시-와 창을 번갈아 하고 중창으로 끝을 맺었다.
이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죽간자의 구대, 견대, 화심과의 문답형식, 창사와 시 낭송을 번갈아 운용하는 구조형태는 바로 사 호의 대곡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며 동시에 고려 당악정재의 구성형식과도 기본적으로 상통하는 것이다.
왕국유의『송원희곡사(宋元戱曲史)』제5장 기록에 의하면, 전답(轉踏)은 항상 한 곡을 연속적으로 노래하였는데, 매 한 곡으로 한 고사를 읊고 몇곡으로 여러고사를 읊었다...송대에 이와 유사하거나 내용도 동일하면서 명칭만 다른 것이 있는데 바로 대무라고 하였다. 이를 통해 대무도 고사를 포함하고 있으며, 단곡체(單曲體)을 여러번 연주, 가무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음을 기본적으로 파악할수 있다. 이는 바로 대곡특성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이상으로 지면관계상 송대 대곡과 대무에 관한 특성과 구조형식등에 대해 간략히 개술하였다. 그러나 사실상 대곡과 대무의 관계는 사료 기재의 불충분으로 아직 학자들간에 일치된 결론을 얻지못하고 있다. 두 종류가 동일한 불가분의 관계 또는 다른 형식, 또는 남송시기로 가면서 서로 침투혼합된 것으로 보는등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 대곡류에 기재되어있는 사 호의 대곡 6종을 대무로 간주하는 학자들도 적지않으나 6종 모두 동일한 형식이 아니고, 어떤 것은 이미 엄밀한 의미에서 대무에도 가깝다는 것과 왕이샨 기록한 작품에 대한 불충분한 기재등으로 개념설정의 모호함을 더욱 가증시킨다. 결국 어디까지를 대무와 대곡을 명확히 구분 경계지을 수 있는 기본적 특성으로 할 것이냐는 개념구분의 문제가 관건인 것이다. 이에 본인은 두 형식의 상이점과 상통점을 몇가지씩 제시, 종합하여 추론 沈淑慶(2002.12). 麗·宋時期的韓中樂舞藝術交流史, 北京師範大學校 博士學位論文,pp.34-35.한 바 있다. 결론만을 개술하면, 일정한 고사내용을 포함하고 죽간자가 구,방대 치어를 하며 대무에서 사용된 무용음악이 대곡이라는 점, 혹은 남송조에 이르러 양자가 점차 서로 흡수융합했을 가능성까지를 포함하여 이 둘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나 결코 하나의 동일한 형식은 아니라고 판단되며, 따라서 본인은 사료기록을 근거로 한 개념안에서 양자를 구분 사용하였다.
대곡가무, 대무로 대표되는 송대 연악은 문학적요소를 흡수하여 격식화, 희곡화 고사화,특징을 갖춘 독특한 특색을 갖춘 종합성적 형식으로 더욱 성숙, 발전하여 위로는 당대 악무와 아래로는 원, 명, 청을 잇는 궁중악무발전의 매개적 전환기라는데 그 역사적 의미가 있다. 고사화, 격식화의 출현은 이후 희곡무용의 새시대를 여는 견실한 기초가 되는 반면, 인체표연예술로서의 무용이 제한성을 수반한 전아(典雅)하고 경직화되는 경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말해 송사, 송시의 발전과 행위와 사고에 통제를 가하는 정주리학의 철학사상은 악무예술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며 반영되었고, 이에 따른 고정된 표연절차와 구성형식의 출현은 궁중무용발전에 억압작용을 함으로써 순수표연예술로서의 독립된 무용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고려에 전입된 당송악무는 당대의 자유분방, 풍부다채로운 표연형식이 아닌 전형화, 의례화, 정식화, 경직화된 양식과 미려한 표연동작으로 송.연악의 영향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Ⅲ. 고려 궁중정재에 나타난 송대곡, 대무 형식특성
고려조 당악정재는 송시기 당송악무가 고려궁중으로 전래된 것으로 그중에서도 당.연악이 계승 발전된 송. 대곡, 대무 구조형식과 표연특성면에서 상당부분 맥락을 같이한다. 편의를 위해 송.대곡 채련무와 고려 당악정재 오양선의 구성형태만을 중심으로 양국 궁중악무관계 규명에 보다 가까이 접근해보았다 :
(원문4) <채련무>: “다섯 사람이 일자(일렬)로 대청을 보고 서면 죽간자가 낭송(勾念)한다(가사생략). 낭송이 끝나고, 후행(後行)이 쌍두련령을 연주하면 춤을 추며 다섯 방향(오방)을 나뉘어 만든 다. 죽간자가 다시 낭송한다(생략), 낭송이 끝나고 후행이 채련령을 불면, 빙빙 돌고 춤추며 일 렬을 만들어 채련령을 중창(衆唱)한다(창사생략). 노래가 끝나면 후행은 채련령을 불고, 춤추며 오방을 만든다. 죽간자 낭송(생략). 화심(花心)이 나와 읊는다(念생략).
죽간자가 묻기를 : 이미 청가(淸歌)와 묘무(妙舞)가 있는데 어찌하여 헌정하지 않습니까.
화심이 답하며 묻기를 : 옛 음악이 어디에 있습니까.
죽간자가 다시 물으며 낭독(낭송)하기를 : 엄연히 일부가 있습니다.
화심이 답하여 낭송하기를 : 옛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낭송이 끝나면, 후행은 채련곡파를 연주하고 다섯 사람은 군무를 춘다. 입파(入破)에 이르면, 먼 저 두 사람이 춤을 추며 나와…죽간자 낭송(念 생략).
낭송이 끝나면 화심이 시(詩)를 읊는다(생략). 낭송이 끝나면, 후행이 어가오(漁家傲)를 연주한다. 화심이 춤을 추다가 꽃을 꺾고 어가오를 부른다(생략).
노래가 끝나고 후행이 어가오를 연주한다. 다섯 사람이 춤을 추다가 자리를 바꾸고, 화
심이 사람들 가운데 서서 시를 읊는다(생략). 낭송이 끝나면, 후행이 어가오를 연주하 고, 화심은 춤을 추다가 꽃을 꺾고 어가오를 부른다(생략) ‥‥(밑줄친 부분 4번 반복)
노래가 끝나면, 후행이 어가오를 연주한다. 다섯 사람이 춤추다 처음자리로 바꾸고, 죽간자가 낭 송(생략). 낭송이 끝나면 화당춘을 중창한다.(생략)
노래가 끝나면 후행이 화당춘을 연주한다. 모두 함께 춤을 추다가 춤이 끝나면 다시 하전(河傳) 을 부른다(생략).
노래가 끝나고, 후행이 하전을 연주하면 모두 춤을 춘다. 춤이 끝나면 죽간자가 대오를 보내는 낭 송(念)을 한다(생략).
念이 끝나면, 후행이 쌍두련령을 연주한다. 다섯 사람이 빙빙 돌며 춤추며 일렬을 만들고, 대청을 향해 북을 치고 퇴장한다.
<오양선> : “…기(妓) 한 사람은 왕모가 되고, 좌우의 각 두 사람은 네 협(挟)이 되어 가지런히 횡렬(일렬)을 짓는다. 개(盖)를 든 다섯 사람이 그 뒤에 서고, 인인장 두 사람, 봉선 두 사람, 용 선 두 사람, 작선 두 사람, 미선 두 사람은 좌우로 나누어 서고, 정절을 든 여덟 사람은 각 대 (队) 사이에 선다…
악관이 오운개서조인자를 연주하면, 죽간자 두 사람은 먼저 들어와 좌우로 갈라선다. 악이 그치 면 구호치어를 한다…(중략)…왕모가 조금 앞으로 나가 치어를 한다.(중략)…
악관이 또 오운개서조인자를 연주하고…악관이 만엽치요도령(만)을 연주하면 왕모등 다섯사람은 횡렬로 가지런히 서서(일렬) 춤을 춘다…
악관이 최자령을 연주하면 왕모는 춤추면서 가운데로, 나머지 네 협무는 네 모서리(사방)으로 선 다…(중략)…악관이 중강령을 연주하면 죽간자는 앞으로 조금 나가 구호치어를 한다…(중략)… 왕모 등 다섯 사람은 횡렬로 가지런히 서고(일렬), 왕모가 조금 앞으로 나가 구호치어를 한다. 끝나면 무도하며 물러나고, 개 다섯 사람도 역시 뒤따라 무도하며 물러난다.“『高麗史』卷71, 志25, 樂2: “妓一人爲王母左右各二人爲四挾齊頭橫列.奉盖五人立其後,引人丈二人,鳳扇二人,龍扇二人,雀扇二人,尾扇二人左右分立,奉旌節八人每一隊間立…樂官奏五雲開瑞朝引子,奉竹竿子二人,先入左右分立,樂止,口號致語…(중략)…王母少進致語…樂官又奏五雲開瑞朝引子…樂官奏萬葉熾瑤圖令(慢),王母五人齊行橫立而舞…樂官奏嗺子令,王母舞而中立,餘四人舞而立四隅…(중략)…樂官奏中腔令,竹竿子少進立,口號致語…王母五人齊頭橫列,王母小進,口號致語(생략), 舞蹈而退. 奉蓋五人, 亦從舞蹈而退.“
이상 두작품의 구성형식만을 비교분석하여 몇가지 결론을 얻을수 있다 :
먼저, 표연 형식구조방면에서 죽간자가 등장하여 입대, 견대 구호치어로 전체 상연을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경몽화록』(원문3 참조)과 『몽량록』권3(원문5)에 의하면:
(원문5) “…제4잔…참군색이 죽간불자를 잡고 군왕 축수의 배어구호를 아뢴다. 잡극색의 표연이 끝 나고…참군색은 다시 치어하여 대곡무(大曲舞)를 부른다 …제5장…참군색은 죽간을 들고 수 어(數語)를 아뢰어 잡극을 입장케한다 …제7장 참군색이 작어하여 잡극이 입장케한다.” “…第四盞...參軍色執竹竿拂子, 奏俳語 俳语: 讲究对偶的 骈体文字.口號, 祝君壽. 雜劇色打和畢…參軍色再致語, 勾合大曲舞. 第五盞…參軍色執竹竿奏數語, 勾雜劇入場.…第七盞…參軍色作語, 勾雜劇入場…”
이와같이 죽간자는 무대의 진퇴장을 지휘하는 주관자로, 작품 주재할 때 손에 죽간불자를 들었기 때문에 “죽간자”라 부른다. 또 이러한 일을 맡은 것은 모두 “참군색”이라 하므로 “참군색”을 “죽간자”의 이명(異名)으로 보는 것이다.
죽간자는 희곡으로 흡수된후 부말개장(副末開場)으로 변화되었는데, 그 중의 찬송, 극 줄거리 소개, 대문대답하는 역할이 죽간자와 일맥상통한다. 翁敏華(1997).「竹竿子考」.『揚州大學學報-人文社會科學版』第5期. (揚州: 揚州大學校). 조선중기『악학궤범』권8 “당악정재의물도설”조에는 죽간자 형상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희곡에 사용되는 것과 흡사하다. 참군색은 송대에 출현한 참군색의 형상과 죽간형상은 비록 변이하였으나, 명청대를 지나 현대까지 山西, 河北등지 민간종교제사활동중에 여전히 전해지고 있다. 黄竹三(2000),「“参军色”与“致语”考」,『文艺研究』第2期. (北京: 文化艺術出版社).
둘째, 구성상에서, 무원5인의 개장과 수장때의 배열이 모두 일자횡렬이라는 점, 다시말해 수장때는 반드시 “초입배열도”로 돌아가는 고려 당악정재의 특징이 송.대곡에도 나타나고 있다.
셋째, 대형상에서, 대부분 “일자”와 “오방”형으로 구성되었다는 점. 고정된 대형구성은 무용표연의 “규격화” “강화(疆化)”의 양상을 일정부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오방”은 중앙(黄;土)을 중심으로 동(青;木), 서(白;金), 남(红;火), 북(黑;水)을 의미하는 것으로, 상극, 상생법칙에 따르는 동양철학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각각 5 방향색의 복식을 입은 무원5인은 “목(青)생화(红)” 혹은 “목(青)극토(黄)”등의 동양철학원리에 입각하여 “일자”, “오방” “회선”의 대형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한국궁중무용 구성원리에 적용되는 기본 동양철학사상이며 또 대표적 특징이기도 하다. 송대 악무에도 사용되었는지는 아직 관련자료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넷째, 음악상에서 전문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후행”과 “악관”이 각각 있으며, 송.가무대곡,대무의 특성인 “단곡체”를 여러번 연주하는 형식에서 이미“다곡체(多曲體)”로 가는 과도단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채련무에서는 쌍두련령, 채련령, 채련곡파, 어가오등의 음악과 오양선에서는 오운개서조인자, 만엽치요도령(만), 최자령, 중강령외의 여러곡이 번갈아 연주된 것이다. 송. 검무와 어부무에서는 한곡을 여러번 연주하는 대곡의 음악성적특징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오운개서조인자의 “인자”는 인도(引導). 인기(引起)의 뜻을 지닌 것으로 본래 악무를 시작할 때 처음에 연주하는 곡이었으나 후에는 인자곡으로의 한 유형으로 굳어져 버렸던 듯하다. 송사에 보이는 청문인(青门引), 천추세인(千秋歲引), 파라문인(婆羅門引), 석주인(石州引)등의 인(引)도 바로 인자가 생략된 것일 것 김학주(1994/2001). 앞의책 pp.218-219. 이다. 헌선도와 연화대의 수장때에 각각 “회팔선인자”, “오운개서조인자”가 연주된 것을 보면, 고려전입이후 인자곡이 반드시 악무시작때에 연주하는 것이 아닌 곡의 한 유형으로 변화되었음을 짐작케한다.
다섯째, “화심”과 “왕모”는 동일한 중심인물로서 채련무외에 검무, 자지무에도 나타나는 죽간자와의 문답형식은, 오양선을 비롯한 고려 당악정재에는 모두 표연되지 않았다. 지나친 서술적, 정절화적 형식이 아닌 주로 악·가·무가 종합된 아화(雅化), 의례화(儀禮化)된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하겠다.
여섯째, 절차상에서, 죽간자 진퇴장 구호치어(念), 왕모치어(唱), 5인 중창(衆唱)등의 표연은 두 작품이 같으나, 고려 당악정재에서 죽간자는 개장,수장 구호치어만이 있을뿐 표연 중간 수차례의 죽간자 낭송, 화심의 염시(念詩)는 모두 생략, 혹은 채용되지 않았다. 이는 『전송사』권5에 고려 당악정재 5종중에 죽간자 창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가 무명씨 작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고려조에서는 송시가 아닌 송사만을 받아들인 현상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당악정재 특징중 하나인 봉위의 18인(인인장, 봉선, 용선, 작선, 미선 각2인, 정절8인의 등장이 송.대곡가무, 대곡 기록에는 없으나 『송사』권143, 예악지“의위1”의 다음과 같은 기록을 통해 송대에 있었음을 확인할수 있다 :
“예전에 부채는 모두 꿩깃 혹은 꼬리로 만들어졌으므로 글자는 깃털 우(羽)자를 사용한다. 당. 개원 시기에 공작으로 바꾸었다. 무릇 큰 조회때에는 156개를 좌우로 나열하고 국조(國朝)때에는 꿩꼬리 명칭을 다시 사용하여 사면을 깃털의 형태로 간략하게 만들었다. 가운데는 공작 두 마리를 수놓았 으며, 또 두 개의 용이 있는 용선도 있는데 모두 ....” “古者扇翣, 皆編次雉雉羽, 或尾爲之, 故於文從羽. 唐開元改爲孔雀. 凡大朝會, 陳一百五十有六, 分居左右. 國朝復雉尾之名, 而四面略爲羽毛之形, 中繡雙孔雀, 又有雙盤龍扇, 皆武所本...“.
선(扇:부채)은 또 扇翬 이라고도 부르는데 옛날에 중국에서는 의위(儀衛)에 이것을 가리는데 썼으므로 장선(障扇) 또는 장선(掌扇)이라고 부른다. 김학주(1994/2001), 앞의책 p.217. 『송사』권143에는 봉선, 용선, 작선, 미선등이 모두 기록되어 있으며, 『악학궤범』권8 “당악정재의물도설”에는 이들에 관한 그림과 설명이 실려있다.
이밖에 『고려사. 악지』에는 석노교곡파의 악사만이 전해지고 있는데 송.대곡중 “중서”전편(顚遍)이후부터 곡파까지의 부분만을 채용한 것으로 입파(入破), 허최(虛催), 최곤(催袞), 최박(催拍), 중곤(中袞), 헐박(歇拍), 살곤(煞袞)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동 영(董穎)의 박미(薄媚)대곡과 가장 흡사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또 사호의 대곡 채련과도 거의 유사하다. 송. 대곡가무와 고려 당악정재는 대체적으로 대곡중 곡파이후의 정채한 부분(춤 부분)만을 ”적편“하여 표연하였다는 사실에서 이 둘의 연관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고려조 당악정재가 구성형식에서 표연양식, 절차까지 상당부분 송.대곡가무과 근사함을 보임으로써 송악무의 영향과 양국의 밀접했던 악무교류사실을 명확히 재입증하게 되었다. 그러나 송악무가 똑같이 그대로 옮겨전해져 표연된 것이 아니며 한국민의 민족정서와 심미취향등에 맞게 선택수용되었으니 이것은 국가민족간 문화전파의 보편타당적 사례라고 볼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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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요스(KURT JOOSS)의 독일 표현주의 무용에 관한 연구
고려· 송시기 역사동향 및 악무(樂舞)교류상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