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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찬주
Subject   강수진 5
강수진 5
빛나는 이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지젤> 공연을 앞두고 정강이뼈에 금이 가면서 치료를 묵혀두면서 5년을 방치한 결과 점점 뼈 조직이 곪아갔던 것. 수술해도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었지만 그녀는 힘든 재활치료를 견디어내고 1년 3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복귀했다. 2001년 중국과 홍콩 순회공연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무대였다.
다시 일어선 그녀 옆에는 듬직한 남편이 있었다. 2002년 결혼을 계기로 그녀는 더욱 발레에 집중한다. 남편은 터키 출신으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함께한 툰치 소크멘(Tunchi Shockman)이다. 현재 국립발레단에서 객원 코치이자 어드바이저(자문)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이 찍어준 강수진의 발 사진은 꽤나 유명하다. 누군가는 옹골진 나무의 뿌리 같다고 했고 누군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했다. “어느 날 연습하고 왔는데 너무 힘들어서 식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는데 남편이 가만있으라고 하면서 찍은 사진”이라고 말했다. 옹이가 많고 발톱이 짓무른 발은 ‘피나는 연습, 연습, 연습’의 결과다. 강수진은 잘 안 되는 동작을 하루에 수백 번 수천 번을 반복한 날도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연습의 20분은 늘 점프 2000번을 해요. 처음부터 2000번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에요.” 어느 순간부터 20분을 채우고 1분 더 했을 때의 기쁨에 그녀는 행복해했다. 이러한 훈련으로 발에 물집이 잡히는 것은 예사이고 발톱이 빠져 붕대로 동여매고 토슈즈를 신어야 했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육점에 가서 쇠고기를 사서 짓무른 살 위에 얹어가면서 연습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녀가 믿는 것은 꾸준한 연습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녀가 수석 무용수라 해도 연습은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이다. 클래스는 클래스대로 공연 연습은 공연 연습대로 하다 보니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보낸 세월이 어느덧 삼십 년이 되었다.
그렇게 오랜 독일 생활을 해온 그녀에게 독일의 음식에 대해 물었다. 강수진은 독일 음식이 나와 잘 맞지 않았지만 오히려 발레리나로서는 다행이었다고 했다. 주로 샐러드류와 파스타를 먹고 김치를 빠뜨리지 않는다. 육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어릴 적 어머니께서 삼계탕을 끊여주신다며 새벽녘 부엌에서 닭을 잡았는데 그 모습을 보곤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강수진은 슈투트가르트에서 2015년 49세까지 무대에 섰다. 발레단에서 매년 진행되는 승급 심사에서도 그녀는 열외였다. 종신단원이 된 지 이미 십 년이 넘었다. 발레단 내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다. ‘최초’라는 말은 그녀가 발레리나로서 걸어가는 길에 자주 언급되는 단어이다. 그녀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최초로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했고 브누라 드 라 당스 상 발레리나 부문도 최초로 수상했다. 그녀가 한창 활동하던 당시 유니버설 발레단의 문훈숙과 함께 거론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함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발레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땅에서 두 명의 특출한 발레리나가 탄생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발레리나들이 그들의 뒤를 이어 해외 유수의 발레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모습은 흐뭇함과 뿌듯함을 안겨준다.
강수진 하면 여러 발레 장르에서도 드라마 발레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그녀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처음으로 주역을 맡은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수상한 계기는 <까멜리아 레이디>의 마르그리트 역이었다. 한국에서는 2012년에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공연했다.
<까멜리아 레이디>는 <오네긴>,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3대 드라마 발레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상류층의 공공연한 애인 마르그리트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청년 아르망과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제는 ‘동백꽃을 들고 있는 여인(La Dame aux camélias)’이다. 이 작품에서 마르그리트 역할은 발레 테크닉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이고 장면마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야 한다. <백조의 호수>가 발레적 기교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까멜리아 레이디>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작품은 드라마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므로 표현력이 기교 못지않게 중요한 작품이다. 그녀는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특별히 신체 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고 테크닉도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마리카 베소브라소바가 자신의 감수성과 표현력을 높이 평가해준 거 같다고 했다. 어쩌면 그녀 자신이 자신에게 맞는 주 종목을 잘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오네긴>에 대해서 언급했을 때 “하면 할수록 내가 배우는 작품이고, 내 스타일에 맞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녀는 드라마 발레의 제대로 배웠고 많은 유수의 안무가들로부터 작품의 지도를 받았다. 무엇보다 <말광량이 길들이기>, <로미오와 줄리엣> 등 드라마 발레의 진수를 전달할 최적기의 발레단 단장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존 노이마이어로부터는 1978년 초연했던 작품을 강수진을 위해 표현 스타일, 기교를 변화시키고 스텝을 강수진식으로 바꾸었다.
발레리나는 예고 없이 캐스팅될 수도 있는 만큼 어느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기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 몇 가지는 더더욱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런 점이 외국의 발레단 생활을 하는 많은 발레리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도 싶다. 기본적인 실력에다 자기 자신의 색깔을 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내가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고 말하지만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은 없다”는 강수진의 말처럼 후천적인 노력이 중요함을 실감한다.
강수진은 이제 한국의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2014년 약간의 우려 속에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했고 2017년 연임을 이루었다. 그녀는 국립발레단에서 후배들과 한국의 발레계를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고 자신이 지닌 최대한의 것을 전하려고 한다고 했다.
예술감독 강수진은 작품을 늘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내려고 분주하다.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아오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힘들 때는 어려운 문제들이 항상 겹쳐왔어요. 그럴 때는 당황하지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과 연륜이 쌓이다 보니 저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려고 노력해요. 누군가는 독해서 살아남았다고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진정성과 만족감을 느끼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면 행복도 따라오는 것 같아요.”
은퇴 전까지 발레에 몰입해 있었다면 지금, 한 단체의 예술감독이 된 이후에는 좀 달라진 것이다. 발레를 하는 건 변함없지만 좀 더 거시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너무 집중적으로 그것만 생각하고 고민하면 부정적인 생각만 듭니다.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좀 예민함도 사라지고 힘든 일을 내려놓고 한 발자국 멀리서 보면 제 스스로의 판단이나 힘든 일이 경감도 되고 좋아요.”
국립발레단 수장으로서 강수진은 이제까지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단원들에게 쏟아 부었다.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부임 후 가장 먼저 단원들의 기량을 닦는 데 주력했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21세기 발레단 무용수로 변신하고 있어요. 관객을 위해 고전발레, 네오클래식, 모던발레 등을 균형 있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입력하면 단원들 기량과 표현력이 좋아지죠. 무용수도 자기가 가진 것을 모를 때가 있어요. 각자 나름의 색깔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이끌어야 해요.”
또한 강수진은 단원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준다. 2015년 처음 실시된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에서 열두 명의 단원이 아홉 개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강효형이 안무한 <요동치다>가 호평을 얻어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수진은 “무용수가 안무도 하는 21세기 발레단이에요. 안무를 통해 단원들이 자기도 몰랐던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모두 보석처럼 빛나고 있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마침 2016년에는 강수진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시절 예술감독이었던 마르시아 가르데가 11월 국립발레단 제167회 정기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 안무를 맡아 내한했다. 기자회견에서 하이데는 말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제가 발레에서 꿈꿨던 동작과 표정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무용수입니다. 제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 시절에 강수진에게 ‘나중에 위대한 예술감독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스스로 발레리나로서 부단히 노력했던 강수진이니만큼 댄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또한 그녀는 발레를 하는 것도 공부였고 예술감독이 되어서 하는 일도 공부하는 거라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말했다.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성공의 비결이었다. 그녀는 “제 성공의 비결은 꾸준한 실천이에요 어느 분야든 꾸준한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발레리나로서가 국립발레단 단장으로서 교육 측면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참고로 본 적이 있다. 발레를 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는 질문이었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기만 한 것보다는 정서적인 균형(balance)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가 말하는 성공의 비결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연습이다. “나는 연습을 선택했어요. 시작이 어려울 뿐이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습관이 됩니다. 간단하고 단순한 일이 제일 힘들어요. 사람들은 핑계를 댑니다. 나도 안 될 때는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나에겐 연습밖에 없었어요. 오늘 연습 분량은 미루지 않아요. 핑계를 대지 않아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외국에서 발레단 생활을 하려면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기본적인 실력에 자기만의 색깔이 더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결은 역시 꾸준한 연습이었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없어요. 거대한 계획에 짓눌릴 필요가 없어요. 매일 작은 일 한 가지를 정해놓고 시작을 하고 끝을 냅니다.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해요.”
“사람들이 내가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고 말하지만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은 없다”고 강수진은 말한다. 노력과 연습을 선택한 그녀는 후회 없이 발레를 했고 후회 없이 살았다고 자주 말해왔다. 아마 누가 보더라도 그런 것 같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난 재배업협회에서는 신품종을 개발할 때마다 유명인사의 이름을 붙이곤 한단다. ‘강수진(Sue jin Kang)’이라는 이름의 난을 만든다고 해서 그녀 자신은 고심했다고 한다. 노란색 꽃잎에 열정을 담은 빨간색이 흩뿌려지도록 해달라고 했단다. 지금도 독일 슈투트가르트나 독일 어느 지역에 이 꽃이 피어 있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아마도 피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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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21 -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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