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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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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죽음의 무도가 아닌 '삶'의 무도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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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교회를 통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원활히 대처한 한국은 코로나 모범 방역 선진국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다시 이태원발 확진자수의 증가와 7차 감염 소식으로 혼란스럽다. 코로나 방지 수칙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시기인 터라 ‘이 와중에 춤추고 싶나요?’ ‘어찌 인간이 그럴 수 있는가?’라는 댓글이 인터넷 사이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현상을 바라보며 14세기 중엽에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페스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유럽 전체 인구가 4억5000만 명에서 3억50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떠나 흑사병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뛰면서 춤을 추었다.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Dance of death)’다. 무덤 주위에서 춤을 추는 해골의 이미지나 해골과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을 묘사한 그림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음악으로 한 김연아 선수의 프리 프로그램 중 스텝 연기에서도 실감나게 표현되었다. 교회의 묘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죽은 자와의 교감을 위해서 무덤가에서 신들린 듯 추었다. 실상 죽음의 무도는 목숨이 다하고 천국에 이르는 목적으로 추어졌다. 죽음 앞에서 만인이 평등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춤을 춘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교회에서는 이러한 춤을 금지시키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권력 중심의 교회는 모든 무용을 비도덕적인 것으로 정죄하지는 않았다. 교회의 종교무용은 의외로 보존하고 더 육성되었다. 여러 축일에 행해졌던 사제들의 무용, 신부들의 축제무용은 유지되었다.
사람들은 왜 춤을 추는가? 춤을 통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춤을 추어왔다. 의식을 위한 춤이든 흥에 겨운 춤이든 춤은 언제나 인간과 함께 해왔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몸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춤이 금지되기도 했다. 권력 중심이 교회에 밀집된 중세에서는 민간의 춤이 금지되었다. 죽음의 무도는 인간은 죽음 앞에 평등하며 세속적인 삶의 공허함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추는 춤은 금지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쓰는 요즈음, 춤을 추어서는 안 되는 장소에서 춤을 춘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춤을 추고 싶어도 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심각한 코로나 현상으로 공연계가 ‘올스톱’된 것이다. 공연 자체가 취소되거나 공연 일자가 연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5월 들어 일부 춤 공연이 온라인 상연을 하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간간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죽음은 언제 어느 때 다가올지 알 수 없다. 인간의 삶은 언제나 죽음의 춤과 함께해왔다. 한 순간의 즐거움을 위한 춤은 모르는 사이에 다수의 사람들을 죽음의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죽기 전까지 삶은 계속된다. 삶을 언제 어느 때 잃어버릴지 알 수 없다. 삶을 위한 처절한 전투를 우리는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무도가 ‘삶’의 무도가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때다.
충남일보2020.6.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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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20.11.25 - 2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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