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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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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영혼의 관점으로 푼 진오귀굿 ―무덤꽃 2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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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관점으로 푼 진오귀굿 ―무덤꽃 2
이찬주
태혜신카르마프리무용단의 <무덤꽃 2(Flowers in Heaven Ⅱ)> 공연이 2020년 7월 18일 오후 5시 대전 시립연정국악원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무관중으로 온라인 생중계된 이 공연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지원사업인 ‘2020 문화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선정작이다. 또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평창문화올림픽 특별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무용단 예술감독이며 안무자인 태혜신은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며 죽어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공연 시간 60분 동안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도하는 ‘진오귀굿’의 형식을 빌리면서 ‘영혼’의 관점에서 풀어갔다.
어스름한 조명 아래 등장한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황보연)이 마주치는 사람(혼)들에게 ‘여기’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아파서, 배고파서, 사랑해서 왔다고 사람들은 대답한다. 이어 모두 퇴장한 공간에 9인의 춤꾼이 등장한다. 붉은색 부채를 든 춤꾼들은 끊임없이 뛰어오른다. 그들은 ‘죽음의 그림자’. 붉은색 저고리와 남색 치마에 붉은색 조명이 더해져 집단적인 움직임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어 검은 옷의 여성이 객석 앞의 계단을 통해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무대 후면 중앙을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갔다 다시 걸어 나온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신을 모시는 모습으로 작은 놋그릇을 양손으로 가지런히 들어 올렸다 내린다. 장구 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무대 양끝에서 춤꾼들이 등장한다. 5인의 춤꾼들은 빗자루를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팔을 뻗었다 접었다를 되풀이할 때 빗자루에 달린 방울이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방울 소리에 이어진 종소리에 무대 후면 양쪽 계단 위에 앉아 있던 무당이 일어선다. 계단과 계단 사이에 낮은 곳에 누워 있던 혼(태혜신)이 깨어난다. 흰색 옷을 입은 혼은 사지를 뻗거나 몸을 비틀어 움직이다가 드러눕는다. 다시 일어나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와 펄쩍펄쩍 뛴다. 양팔 휘젓기를 되풀이하고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가 뛰어오른다. 격렬하다. 이어 낮은 곳에 놓여 있던 지전을 양손에 들고 춤을 춘다. 지전춤은 넋을 불러 부정을 가시게 하고 한을 풀어 극락으로 천도하는 춤이다.
이윽고 무대 후경의 계단 위에 서 있던 두 무당(박은수․이숙영)이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초록색 치마저고리에다 한 손에는 오색 한삼을 끼었다. 그 팔을 천천히 움직인다. 상처와 눈물, 생과 사의 이별 등을 어루만져주듯 한다. 그리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하는 정선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것에 맞추어 무대 후면과 바닥에 눈가루 모양으로 흰색 조명이 박힌다. 우주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이 길을 잃지 않고 가게끔 염원한다는 이 장면은 두 무당이 천천히 양손을 펼치고 돈다.
잠시 뒤 “당신은 어떻게 죽었나요?” 하고 묻는 여성의 목소리가 울린다. “내가 어떻게 죽었지? 관습에 갇혀, 사랑에 갇혀, 슬픔에 갇혀, 질투, 공포, 분노에 갇혀서, 배고픔에 갇혀서, 굴레에 갇혀서(……).” 그 질문에 답을 하는 양, 무대 위에서 종종걸음을 걷던 혼(태혜신)이 독무를 시작한다. 허공중에 손을 뻗어 올리거나 시선은 하늘을 향한다. 처절한 한이 느껴지는가 하면 즐거움이 담기는 표정의 변화로 혼은 비로소 굴레를 벗어나는 듯하다.
그 외에 이어지는 바라를 들고 추는 춤과 북어를 들고 추는 춤은 억눌렀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 같다. 춤꾼들은 좌우로 소리를 내면서 양팔을 벌리고 V자 대열 등을 이루며 빠르게 움직인다. 망자를 떠나보내는 굿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검은 모자를 쓴 채 등장한 검은 옷의 여성이 “모쪼록 행복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무대 뒤편으로 걸어간다. 이승을 떠나는 순간 삶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무덤꽃 2>는 연극적 요소(대사)와 진오귀굿의 부분을 잘 녹여낸 춤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빗자루, 방울, 북어를 사용한 춤은 가벼우나 절도 있게 몰아치는 다양한 춤사위를 지어 보였다. 무대가 큰 듯한 느낌이었으나 춤꾼들의 빠르고 큼직한 움직임과 강렬한 원색의 조명이 장면장면을 채워주었다. 태혜신의 몸 움직임은 억눌러온 혼의 한을 터뜨리듯 했으며 손끝까지 절실함이 깃든 춤사위는 아름다웠다. 진오귀굿을 바탕으로 관찰적 자아를 이끌어내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한 편의 극(劇)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몸 2020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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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20.11.25 - 1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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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무도가 아닌 ‘삶’의 무도 - 이찬주
영화 <왕의 춤>(2000)리뷰 - '루이14세 그 자신이었던 발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