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현대(Contemporary)시대 이찬주p134 -142 춤-all that dance 2005년 재판 이브출판
러시아 발레는 20세기의 첫 10년간 예술문화의 최전선(Modernist period. 1890-1930)에 위치하였다. 그것은 프티파의 고전주의 발레에서 비롯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은 현대 러시아 예술형식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서도 잘 알 수가 있다. 고전과 현대, 그리고 신(新)고전 등 다양한 형식을 포용하고 내용과 기술적인 효과에서 예술적인 완성에 이르기까지 이상적인 예술형식을 이루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토대 위에서 디아길레프의 ‘발레뤼스’는 춤을 서로 결합하여 이른바 바그너식 종합 예술작품으로 제작하였다. 디아길레프의 발레제작 방식에는 춤, 음악 그리고 시각예술들을 모두 혼합하여 바그너가 꿈꿔온 ‘모든 예술형식들을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융합시킨 종합예술작품’을 탄생시키고자 하였다. 1909년 파리에서 첫 공연을 하였을 때 고루한 기존의 발레에 식상한 사람들은 대단한 흥분으로 그들을 대하게 된다. 잊혀졌던 남성 춤꾼들의 등장은 발레를 새로운 감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발레뤼스’ 공연의 토대는 회고주의(Retrospectivism)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부흥주의는 두 가지 양상이다. 하나는 레빈 송의 표현에 의한 일종의 ‘현대적 헬레니즘’(Ontemporary hellenism)으로 고대 그리이스 예술의 숭배이고, 둘째는 ‘신고전주의’로 처음엔 프랑스적 색채에서 점차 러시아적 색채를 띠게 되었다. ‘발레뤼스’의 회고주의 운동은 디아길레프의 마지막 열정이었다. 회고주의 최대의 업적, 그리고 디아길레프가 회고주의에 기원을 두고 있음이 분명한 것을 ‘잠자는 공주 (잠자는 미녀를 바꿈)’의 제작에서 엿볼 수 있다. 디아길레프의 회고주의 경향에 속하는 발레 작품은 일반적인 춤보다도 많은 부분을 무대 장치에 의존하였고 전후 작품 가운데 발란쉰(Georges Balanchine 1904~1988)의 ‘아폴로’만이 남아있다.
20세기 초반 러시아 발레는 고르스키(Alxander Gorsky 1871~1924)에 의해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된다. 그는 스타니스랍스키의 사실주의 연극에 강한 매료를 받아서 사실주의 연극의 원리를 발레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춤꾼 각자마다 동기를 부여하여 사실적인 표현을 중요시하였는데 이것은 프티파로부터 비롯된 형식주의의 탈피를 의미하고 있으며 또한 포킨(Mikhail Fokine 1880~1942)의 작업을 예고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공간개념으로 부터의 탈피와 사실적인 표현은 보다 자유로운 동작을 갈구하는 힘이였다. 포킨은 전통적인 동작들, 이를테면 의미 없이 양식화된 조작된 몸짓을 거부하였다. 아카데믹한 발레 테크닉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것 없이도 표현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고대 그리이스에서 영감을 받은 ‘Acis and Galatea 1905’에서 각 춤에 맞는 동작들을 새롭게 만들어 자신의 지론을 적용하였다. 이후 ‘Eunice 1907’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과감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진보적인 생각들로 디아길레프의 ‘발레뤼스’에서 수석 안무가로 활동하게 된다. 이 시기를 ‘발레뤼스’의 황금기로 보는 것은 포킨의 작업이 시대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음이다. ‘발레뤼스’의 주역 춤꾼인 니진스키는 보다 양식화된 동작들로 포킨의 전통을 이어간다. 그는 ‘목신의 오후’에서 이집트적인 자세를 연출하였는데 이는 포킨 작업의 확장이었다. 발레의 전통을 점차 파괴하는 동작들도 선보이기 시작하여 많은 논란을 끌었는데 ‘발레뤼스’의 흥행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니진스키의 이러한 시도는 19세기 춤 어휘를 불안전한 형태로 표현한 폭탄 같은 것이다. 니진스키는 불필요한 허식을 제거했다. 당시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니진스키의 선구적 움직임은 20세기의 현대 춤에 와서 제 위치를 찾게 됐다.
‘발레뤼스’의 작업에는 당시 다른 분야 예술가들도 활발하게 참여 하였다. 장 꼭도,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특히 무대와 의상 분야에 많은 참여가 이루어졌다. 이는 당시 지식인들의 관심과 디아길레프의 노력으로 가능했었다. ‘발레뤼스’의 안무가 발란쉰(Georges Balanchine 1904~1983)은 ‘탕아(Le fils prodigue)1929’로 자신의 활동영역을 ‘발레뤼스’ 밖으로 넓히게 된다. 이것은 물론 디아길레프의 사망과 함께 ‘발레뤼스’가 해산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 이유가 되었지만 순수예술(Fine Art)로서의 춤이 인정받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춤의 동기로서 이를테면 신화나 역사, 그리고 소외되었던 인류사의 흔적들까지도 등장하게 되었다. 마사 그래함(Martha Graham)이나 발란쉰(Jeorge Balanchine) 이후 발전된 춤 또한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여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춤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한 발란쉰은 미국에 발레학교를 설립하여 왕성한 창작활동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플롯을 배제한 채 관객의 집중을 오직 춤에만 고정시키는 네오 클래식한 발레는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발란쉰이 추구한 가치는 ‘현대주의적 미학’(Modernism)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발란쉰은 서유럽에 올 무렵부터 19세기 발레 아카데미의 그것이 20세기에 와서 수정된 점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형식의 강조 및 상호 작용하는 인간의 재료화’ 이것이 발란쉰 안무의 설명이다. 냉랭한 듯한 인상의 춤은 다분히 기계적인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함축된 의미와 지속성을 찾으려는 많은 시도들과 함께 그 표현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링컨 컬스타인이 1948년 창단 한 뉴욕 시티 발레단(NYCB)은 신고전주의(Neo Classicalism 네오클레시즘), 또는 현대 발레를 주장하고 아메리칸 발레(ABT)는 리차드 플레전트가 창설자로 1940년부터 미쉘포킨, 유진 로랑, 아그네스트만, 안소니 등 과 최근 들어 미하일 바르시니코프와 현대 춤 계열의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르프가 예술 감독으로 또한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드라마와 스펙타클이 중요시되는 극장식 발레를 고수하고 있다. 뉴욕시티(NYCB)는 발란쉰에 의해 발레의 미학적 측면에서 그 경향은 19세기 러시아의 클레시즘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현대주의적 미학’(Modernism)을 쫓아갔고 아메리칸 발레(ABT)의 경우 극장식 볼거리로서의 발레 수용이라는 전통적 입장을 고수하며 낭만적 이야기나 장식성, 환상성을 여전히 수용하고 있다.
음악가와 발레를 작업하게 한 발레 마스터로서 제롬 로빈스는 피터 마팅즈, 수잔 뤼렐 같은 뛰어난 발레리나를 배출했다. 아메리칸 발레단은 신시아 그레고리, 미하일 바르시니코프, 마르시아 하이레 등을 국제적 스타로 부각시키고 20세기를 대표할 발레계의 인재를 발굴했다. 그런 배경 속에서 쉴 틈 없이 활동하는 제롬 로빈스와 발레와 현대 춤의 사이를 넘나드는 트와일라 타르프의 신작 ‘짧은 돌진’(Brief Fliry)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거둔 성공이었다.
1940년대에 이르러 째즈가 또 다른 변혁의 수단으로 등장하게 된다.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가 ‘팬시 프리’(Fance Free 1944)라는 발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뒤이어 ‘상호작용’(Interplay)이란 작품을 내놓았을 때 아무도 째즈 춤의 발전을 예견하지는 못했다. 단지 러시아의 발레만을 인정하던 당시의 분위기는 앞서의 춤 예술가들의 작업에 냉대했던 것처럼 그들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로빈스는 발레의 테크닉을 새로운 동작들과 융합시켜 보다 자연스럽고 율동적인 몸짓으로 창조해 내었다. ‘팬시 프리’(Fance Free)에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다채로운 양식의 춤들이 보여지는데 그 안에는 룸바(쿠바 원주민 춤)의 엉덩이를 흔드는 동작 등 보다 다양한 동작들이 표현되었다. 그는 발레를 클레식 미디엄에 마임적 몸 동작, 토속 춤, 일상의 신호들이 합해진 일종의 복합 언어로 또한 대중과 쉽게 소통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는 제롬 로빈스가 인연을 맺은 브로드웨이적 전통의 영향이기도 하다. 마임과 캐렉터를 활용하였고, 민속적 발 동작 등을 집어넣어 현 생활에서의 표현들을 춤으로서 극장 춤에 적극 도입하였다. 이렇게 표현된 째즈 춤, 현대 춤의 동작들은 발레 언어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주의 깊게 볼 수 있다. 이렇듯 발레의 탈 귀족화, 대중화는 현대 발레에 대한 제롬 로빈스의 기여도라 할 수 있다.
트와일라 타르프의 ‘짧은 돌진’, ‘떠밀기’(Push comes to shove 1976)와 같은 작품은 발레의 형식과 그 틀을 너무나 과대하게 의식하고 있는 현대 춤꾼들이 그러한 의식을 벗고 현대 춤과 발레가 뒤섞이어 어떤 지향점을 향해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타르프는 스코틀랜드 음악과 바람소리와 같은 미스테리한 사운드를 이용하여 뉴욕과 같은 도시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보헤미안적인 느낌을 표현하였다. 시대문화와 유행성을 반영하는 움직임과 삶의 형태들을 성공적으로 한 춤 속에 집어넣어 장르(현대 춤, 발레)와 기술을 뒤섞은 후기 현대 춤의 포함적 형식을 보여주었다.
에이프만의 1991년 ‘레퀴엠’, 1987년 ‘거장과 아르가리타’는 풍부한 무성(無性), 아크로바티한 춤의 운용 등으로 에이프만의 무대적 기예를 엿볼 수 있다. 모리스 에이프만의 문학적 소재, 죽음, 제의성 등은 문화적 유산의 20세기적 표현과 20세기의 추상적 춤 문화에 대한 거대한 저항으로 여기게끔 된다.
질리 킬리안의 예술세계는 조잡한 기교나 부수적인 장치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힘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춤꾼의 움직임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미 존재해 있는 오페라를 발레화한다는 것은 연극적인 효과가 필수적이라는 것 외에도 극복해야할 단계가 있다. 킬리안은 ‘어린이와 마법’에서 사람이외의 동물이나 물건들의 상징화와 함께 그것을 오락적 요소로 유도하여 작품을 구성하였다. 마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동물들의 잦은 등장은 상업성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것은 킬리안이 이끄는 NDT(Nederland Dans Theater)와 다른 발레단과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지리킬리안은 1947년 프라하에서 출생하였고 아홉 살에 국립발레단 생활을 하였고 1967년 영국 런던 로얄발레학교로 유학하여 현대발레의 안무적 교육을 받게 되었다. 1968년 슈트튜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솔리스트활동을 하였고 1978년 현재는 네델란드 댄스씨어터의 안무자 겸 감독이다. 킬리안의 예술관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은 클라시즘과 아방가르드가 혼용되어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지나치게 감각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지성적이지 않은 아카데미즘을 추구하는 그의 예술관에서 엿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지리킬리안은 1947년 프라하에서 출생하였고 아홉 살에 국립발레단 생활을 하였고 1967년 영국 런던 로얄발레학교로 유학하여 현대발레의 안무적 교육을 받게 되었다. 1968년 슈트튜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솔리스트활동을 하였고 1978년 현재는 네델란드 댄스씨어터의 안무자 겸 감독이다. 킬리안의 예술관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은 클라시즘과 아방가르드가 혼용되어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지나치게 감각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지성적이지 않은 아카데미즘을 추구하는 그의 예술관에서 엿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지리킬리안의 움직임의 특징은 3가지로 집약 될 수 있다.
① 고전적 테크닉과 현대 춤의 기술인 상승과 이완이 춤동작으로 과감히 혼용되어있다. 조잡한 기교나 부수적 장치를 과감히 삭제하고 힘을 바탕으로 춤꾼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기초하고 있다.
② 스피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음악"이다. 춤과 음악은 매우 밀접한 융합성을 지니고 있는데 지리킬리안은 주로 다이나믹한 리듬으로 속도감을 빠르게 결합시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음악의 격렬성을 치밀하고 형식적인 구조에 맞추어 힘과 스피드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춤꾼에게 유연한 동작을 지속할 수 있는 스테미너의 발산을 내뿜게 하는데 그것은 작품을 가볍고 정확하고 같은 에너지의 흐름을 지속되게 만드는 음악의 치밀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완벽한 동작의 실현을 가능케하고 있다.
③공간에서는 토착적 사상과 상징성의 틀을 이루는데 이는 지방을 소재로 선택하였더라도 그 민속적 특징과 색채를 절제하고 동작의 응축과 긴장성 그리고 심리성의 표현을 상징으로 부각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모리스 베자르는 현대 발레에 있어서 가장 도발적인 인물 중 한사람이다. 광신적인 관객에게는 극도의 찬사를 받지만 유력한, 특히 미국의 비평가에게는 미움을 사고 있다.”무용 사전에 실린 모리스 베자르에 대한 평이다. 이처럼 모던 발레의 이단아로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베자르는 1927년 1월 1일 프랑스의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태어났다. 철학가였던 아버지를 쌍둥이로 여길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은 베자르는 심오한 철학적 깊이와 감수성을 지닌 작품으로 존경받고 있다.
1952년 영국 로열 발레의 예술 감독이 되어 최초의 안무작품인 <<불새>>를 선보이고 1955년 그만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낸 <<고독한 남자를 위한 심포니>>를 상연하게 된다. 그리고 1959년 <<봄의 제전>>을 초연하고 60년에 연극제를 통해 비평가와 안무가들의 극찬을 받음으로써 안무능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를 안무자로 추대하여 ‘20세기 발레단’이 창설되게 된다.
1960년대에 그가 공연한 “발레 스펙터클”들은 5천석이 넘는 대형 운동장, 경기장,서커스장에서 공연 되었다. 그는 대형무대를 좋아 했는데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살아있는 교감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모리스 베자르는 자신의 발레학교 이름을 인도 무용의 손동작을 의미하는 ‘무드라’로 지을만큼 동양적 사고와 신비사상에 심취해 있었으며 일본을 고향으로 느낀다고 하여 수차례 일본공연을 가지기도 하였다.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적 특징으로 ‘남성들의 강렬한 관능미’를 들 수 있다. 남성적인 매력이 주를 이루는 근거로 베자르는 춤의 근원을 제시한다. 민속춤에서의 모든 춤들은 남성이 중심이 되어 추어졌고 여성은 단지 장식적인 움직임, 여성성을 더해주는 역할로서만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발레는 여성의 것 이었다. 니진스키가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일으켰고 누례예프가 그것을 결정적으로 다졌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선상에서 베자르는 남성 발레의 시대를 완성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베자르는 단순히 남성의 위치를 찾아준 것 뿐이 아니라 강렬하고 유연하며 선정적인 남성상을 만들어 냈다. 그의 무용단에서도 남성이 주역인 경우가 많고 그들의 기교에는 끈적이는 매력이 있다. 베자르가 19세기를 부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 시기가 부르주아의 세기였기 때문이 아니다. 남성이 소외된 세기였기 때문이다. 베자르는 이러한 상황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 일으켰고 지금도 여전히 쇼크를 주고 있다. 발란신이 “발레는 여성이다”라고 말했으나 베자르가 “발레는 남성이다”라고 말한것은 이러한 19세기까지의 보조적 위치에 있던 남성들의 찬란한 기교와 매력을 되찾아 준 발언이었다.
베자르의 무용의 움직임 특징는 춤의 기교에 대해 매우 포용적이나 그 모든 움직임들이 클레식 발레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무용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춤들, 민속무용, 현대무용, 재즈댄스, 사교무용등의 모든 다양한 움직임들이 그의 작품에서 세련된 형태로 녹아 있으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창조해 낸다. 그의 작품의 여자 무용수들은 토슈즈는 물론 맨발로 등장하기도 하고 하이힐, 부츠, 슬리퍼 등 온갖 종류의 신발을 갈아 신는다. 그러나 그들의 동작은 모두 클래식 발레에 기초한 연관성을 갖는다. 그러나 클래식 튜튜는 보기 힘들다. 몸에 붙는 유니타드 보다도 튜튜는 몸을 더 구속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전적 형태를 지닌 모던발레 혹은 현대무용의 실험가’인 베자르는 “기본이나 규칙이 없이는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미지의 변형을 위해 모든 장르의 춤을 수용하지만 기본적 춤 언어인 발레가 항상 깔려있는 베자르의 작품은 고전발레의 기본 형식인 수평과 수직라인을 철저히 지키면서 동체의 유연성을 가미하는 춤동작으로 무용수에게 최고의 기량을 요구한다.
모리스 베자르는 동시대적이고 범세계적인 주제를 선호한다. 각 나라의 현실을 이미지화 하면서 그는 ‘토탈 씨어터’라는 장르를 탄생 시켰다. 이는 이전에 그가 완성한 일종의 극적 발레인 ‘발레 씨어터’를 더욱 방대한 규모로 발전시킨 것이다. 음악이 있고 그 음악의 표현성을 극대화 시키는 장치로써 대사, 써커스, 노래등이 삽입된다. 모든 장면은 극적인 어떤 느낌을 지니며 구성 되지만 줄거리를 묘사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작품의 효과를 살려내기 위해 다른 장르를 그대로 무용에 도입하는 것이 토탈 씨어터의 개념이다.
베자르는 안무적으로 두가지 스타일을 지닌다고 하는데 첫번째가 앞서 이야기한 ‘토탈 씨어터’이고 다른 하나가 강렬한 이미지나 열정을 가진 음악의 재현작업 이다. 그는 모차르트, 베토벤, 스트라빈스키 음악도 좋아했지만 현대음악 작곡가 피에르 블레즈의 곡을 선호 하였다. 이러한 음악선정에 있어서의 넓은 스펙트럼은 그에게 있어 음악적인 난이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음을 알게 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의 안무당시에는 전곡을 외우고 있었다고 하니 자신의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했던 베자르가 음악적 기억력만큼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베자르는 무용수에게서 안무의 영감을 받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20세기 발레단’에 들어가서 20년간 베자르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조르주 동’과의 관계가 특별했는데 1992년 조르주 동이 에이즈로 사망하자 1997년 베자르는 니진스키, 프레디 머큐리, 조르주 동을 추모하는 작품을 발표 하였다. 그리고 이 작품은 베자르의 작품 중 가장 긴 제목인 ‘사제관은 그의 매력을 하나도 잃지 않았다. 강렬한 빛의 정원도’이며 이후 세계 공연을 하면서 ‘삶을 위한 발레(Ballet for life)’라는 부제를 달게 되었고 이 이름이 더 많이 불리고 있지만 베자르는 원제에 더 애착을 가진다고 한다. 공연에 사용된 퀸의 음악은 도발적 이면서도 사랑을 담고있어 밝은 마음으로 단명한 예술가들을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기상천외 하면서도 준엄함을 잃지 않는 색이 흰색이라고 얘기한 베자르는 돈독한 사이였던 지아니 베르사체에게 의상을 의뢰 했는데 베르사체마저 세상을 떠난 지금 베자르는 남다른 감회로 이 작품을 대하고 있다고 한다.
20세기에 들어와 디아길레프가 ‘무용을 예술화’하고 베자르가‘무용을 사상화’했다는 평이 있다. 그에 대한 극단적인 찬사와 비난 속에서도 우리가 그를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우리들이 현 시대에서 하는 고민들과 동떨어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무용은 현실과 초월적인 것 사이의 접합점이다. 20세기에 존재한다는 것은 20세기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삶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적인 시점에서 무용을 바라보는 베자르의 작품을 통해 무용과 현실의 간극이 좁혀지는 경험을 함께하는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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