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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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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2020 12) 세월이 담긴 김란(金蘭)의 춤 이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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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담긴 김란(金蘭)의 춤
이찬주 이찬주춤자료관대표/춤평론가
‘대전무형문화재 제20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인 청학 김란 선생(1943~ )의 공연이 ‘대전무형문화재 제20호 살풀이춤 보존회’ 주최(김란민속무용예술단 주관)로 2020년 11월 3일 오후 7시 30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 마당에서 열렸다. 가을 정기공연이자 지역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을 만큼 인기가 있는 공연이다. 사회는 박은주 세종우리문화예술연구회 이사장이 맡았다.
이번 공연에는 『신명의 춤, 울림』, 『산조』, 『밤길』, 『눈꽃』, 『한량무』, 『사랑가』, 『다듬이소리춤』, 『살풀이 춤』이 무대에 올랐다. 김란 안무작을 제자들이 추는가 하면 제자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또 다 함께 군무를 추기도 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신명의 춤, 울림』은 어둠 속에 북소리가 둥둥 들리면서 샤 막이 오르고 꽹과리, 징, 장고, 북 등 사물에 태평소가 더해져 흥취를 돋웠다. 제자인 안무자 채향순 교수(중앙대)가 화사한 보라색 치마저고리에 장구를 메고 등장해 힘차게 장구를 두드린다. 북채를 들어 꺾어 올린 팔은 속도감 있는 춤과 함께 멋들어진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이어 초록 저고리에 꽃분홍색 치마를 입고 소고를 든 춤꾼들(백은희 외 4명)이 등장하여 무리를 지어 돌면서 또 흩어지면서 소고를 두드리는 움직임은 생동감을 더했다.
이어 어둠 속에서 개 짖는 소리, 새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김란 안무의 『밤길』은 손녀를 업고 밤길을 걷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소녀의 손짓에 따라 좌로, 우로 길을 찾아 걷는다. 어둠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손녀, 팔(八)자로 걷는 할아버지의 걸음걸이 따라 움직이는 호롱불과 함께 밤길을 가는 둘의 모습이 정겹다. 독무(윤민숙)라도 1인 2역인 이 춤은 오롯이 김란의 춤 공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뒤이은 작품 『눈꽃』(채향순 안무)은 나뭇가지에 꽃이 핀 것처럼 눈이 내려앉은 모양을 부채로 아름답게 표현한다. 부채를 폈다 접었다 하면서 펼쳐지는 춤은 눈부셨다. 부채춤 하면 김백봉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녀의 꽃분홍 깃털의 부채춤이 활짝 핀 꽃(5~6명)과 파도를 보여줬다면 채향순의 흰 깃털의 부채춤은 또 다른 부채춤으로 겨울 산에 흩날리는 하얀 눈가루를 표현하는가 하면 2인이 어우러져 상체를 접었다 펴서 만든 동작은 눈의 결정체를 연상시킨다. 16인의 춤꾼들이 일렬로 움직이는 손목의 떨림과 회전은 눈꽃가루인 양 아름다웠다.
춤꾼 김경화의 독무 『산조』(김란 안무)는 가야금 산조 가락의 맞춰 단아하고 우아하며 고고한 자태로 추는 춤이다. 유유히 돌다 뒤태를 보여주고 잠시 멎었다가 잠시 멎었다가 호흡을 고른다. 이어 발디딤으로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다가 발을 살짝 보이고 잔걸음으로 큰 선을 그리듯 무대를 S자로 돈다. 종종걸음을 걷다가 처음 나왔던 춤길 무대 후면으로 돌아가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춤을 맺는다.
채향순 안무작 『다듬이소리춤』은 옛날 다듬이질을 춤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무대 위에서 치마저고리 위에 흰색 앞치마에 두르고 머릿수건을 쓴 아낙들이 방망이를 두드리며 다듬이질을 한다. 홑청을 두드리고, 서서 밟고, 서로 일어나서 마주 보고 잡아당긴다. 하얗디하얀 홑청이 무대에 크게 펼쳐지고 귀에 익은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하는 노랫소리를 들으니 어머니의 모습을 상기 시킨다.
마지막으로 김란 선생이 안무한 대형 군무 『살풀이춤』이 대미를 장식했다. 김란 선생의서른 명(오선희외)이 넘는 춤꾼들이 함께한 무대였다.
김란 선생은 1966년 대전극장에서 제1회 무용발표회를 연 이래 꾸준한 노력과 열정으로 매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춤을 발표하고 있다. 충청도의 한과 멋이 실린 김란 선생의 춤은 지속적으로 추어져 어느덧 수많은 제자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김란의 춤 공연은 붉게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 아래 가족과 지인들이 손잡고 가는 가을 소풍 같다. 놓치면 아쉬울 만큼 즐거운 춤판, 세월에 얹힌 옛 기억을 소환하는 춤판이다.
2020년 12월호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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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21.05.22 - 1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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